[OSEN=로스앤젤레스, 김형태 특파원] 무려 1억311만 달러를 마쓰자카 다이스케 한 명에게만 투자한 보스턴 레드삭스의 결정은 현명했을까. '야구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는 어처구니 없는 결정일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한 번도 던져보지 않은 신인투수를 확보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부은 행태는 논란의 여지가 충분하다. 그러나 '비즈니스적 관점'에서는 어떨까. 성공한 사업가이자 숫자에 유난히 밝은 존 헨리 구단주가 과연 아무런 계산 없이 마쓰자카에게 '올인'을 지시했을까. 보스턴의 행보가 이번 겨울 최고의 화제다. 출혈을 감수하면서 외야수 J.D. 드류와 마쓰자카를 영입한 데다 기존 전력의 누수를 방지하면서 보스턴은 내년 시즌 막강한 전력을 갖추게 됐다. 커트 실링, 조시 베켓, 마쓰자카로 이루어진 선빌진의 프론트라인 3인방, 라미레스, 오티스, 드류로 구성된 중심타선은 그 어떤 구단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보스턴은 이들 6명을 보유하는 대가로 내년 시즌에만 모두 7500만 달러를 쓸 계획이다. 한때 뉴욕 양키스를 '악의 제국'이라고 비난했던 보스턴이지만 이제는 자신들이 똑 같은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양키스에 못지 않은 씀씀이로 타 구단의 원성을 한 몸에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스턴이 '방향전환'을 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좋은 선수를 가능한 많이 확보해 전력을 올려놓겠다는 일차적인 목표를 넘어선다. 구단 가치를 최대한 늘려 자산을 증가시키겠다는 속내가 이번 겨울 '이해 못할' 행보 뒤에 감추어진 핵심이다. 지난 2002년 당시 플로리다 말린스 구단주였던 헨리가 오랫동안 보스턴을 운영해온 요키 가문으로부터 구단을 인수하면서 보스턴은 혁명적인 변화를 맞았다. 1년전 경제 전문 '포브스'지가 매 시즌 개막에 맞춰 발표하는 구단 가치 평가액에서 보스턴은 3억3900만 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헨리의 엄청난 투자와 동시에 스포츠 전문 로컬 채널 'NESN' 지분 80% 인수가 이루어지면서 1년후 가치는 4억2600만 달러로 뛰었다. 2003년 4억8800만 달러로 상승한 구단 가치는 2004년 5억달러를 돌파했다. 그해 '밤비노의 저주'를 깨고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르자 포브스의 평가는 이듬해 5억6300만 달러로 급등한다. 그리고 올해에는 6억 달러 벽을 넘어선 6억17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 액수는 메이저리그 구단 사상 최초로 10억 달러를 넘어선 뉴욕 양키스에 이은 2위에 해당한다. 구단 평가가치는 매출액과 시장성, 그리고 구단의 전력에 좌우되는 게 일반적이다. 보스턴은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3위에 그쳤지만 거의 전 경기가 매진될 정도로 팬들의 폭발적인 성원을 자랑한다. 타 구단에 비해 티켓 가격이 2배나 비싸지만 펜웨이파크에서 열리는 보스턴 경기는 언제나 만원이다. 그래서 3만 8000 여석에 불과한 펜웨이파크에서의 매출은 웬만한 구단의 그것을 훨씬 넘어선다. 여기에 마쓰자카 영입을 통해 일본 시장을 개척한 점, 그리고 올시즌에 비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전력을 자랑하게 된 점을 감안할 때 내년 시즌 보스턴의 구단 가치는 무려 7억 달러에 이를 것이 확실시된다. 헨리는 구단 인수 5년 만에 레드삭스의 가치를 2배나 올려놓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적자에 허덕이는 스몰마켓 구단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상승하는 게 메이저리그의 일반적 현상이다. 야구 인기가 여전한 데다 빅리그 구단을 소유하고자 하는 '큰 손'들은 도처에 널렸다. 구단을 팔 때는 인수 당시 가격에 비해 훨씬 많은 차액을 남기기 마련이다. 여기에 현명한 투자로 구단 가치를 비약적으로 상승시킨 구단주라면 큰 돈은 물론 야구계와 연고 도시의 존경도 한 몸에 받기 마련이다. 아메리칸리그 '최악 구단'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매력적인 야구단으로 탈바꿈시킨 뒤 구단을 팔아치운 리차드 제이컵스가 좋은 예다. 헨리는 지금 당장 보스턴을 매각하겠다고 결심할 경우 엄청난 차액을 남길 수 있다. 보스턴을 86년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주역이자 레드삭스의 '르네상스 시대'를 몰고온 구단주로 그는 야구계와 보스턴 지역사회에 이름을 남기게 된다. 물론 열렬한 야구팬인 그가 소중히 가꿔온 레드삭스를 지금 당장 매각할리는 없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구단 가치와 자산이 증대되는지를 아는 비즈니스맨으로서 그는 '성공한 야구인'의 반열에 이미 올랐다. 보스턴의 파격 행보 뒤에는 이런 숨은 속뜻이 담겨 있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