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말 어느 날 밤이었다. 잠실구장의 한 지붕 두 식구이자 서울 라이벌인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는 서울 포이동에서 ‘한 밤의 혈투’를 벌였다. 서울 지역 연고선수 중 1차 지명 2명을 확보하는 데 심혈을 쏟고 있던 양 팀 스카우트팀은 서울고의 에이스인 우완 투수인 임태훈(18)을 잡기 위해 시차를 두고 임태훈의 집을 방문했다. 두산은 이미 서울지역 최대어로 꼽히는 장충고의 이용찬을 잡은 데 이어 또 다른 대어인 임태훈을 낚기 위해 달려들었다. 두산은 임태훈에게 계약금 3억 원을 제시해 거의 합의에 이르렀다. 그러자 이용찬을 놓쳐 급해진 LG가 나서서 밤 늦게 임태훈에게 두산 못지 않은 대우를 제시했다. 하지만 LG는 거기까지였다. 두산이 곧바로 새벽녘에 임태훈에게 기존 제시액에 1억 원을 더 얹었고 양 측은 도장을 찍었다. 임태훈으로선 하룻밤 사이에 양 팀의 치열한 스카우트전 덕분에 ‘1억 원’을 더 받게 된 셈이다. 그 결과 임태훈은 특급 몸값인 계약금 4억 2000만 원, 연봉 2000만 원에 두산 유니폼을 입게 됐다. 야구계에서는 이 일화를 계기로 ‘두산이 확실히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말이 돌았다. 예전에는 ‘돈싸움’에서는 라이벌 LG에게 밀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대등하거나 한 발 앞선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근년 들어 두산은 신인 선수들을 잡을 때 예전과는 다른 씀씀이로 야구계를 적잖이 놀라게 하고 있다. 2005년 신인인 김명제와 6억 원, 서동환과 5억 원에 계약한 데 이어 올해는 이용찬과 4억 5000만 원, 임태훈과 4억 2000만 원에 각각 계약했다. 두산은 신인계약 뿐만 아니라 선수 영입에도 ‘깜짝 행보’를 보이고 있다. 두산은 최근 프랜차이즈 스타인 우완 투수 박명환이 라이벌 LG와 FA 계약을 맺고 떠나자 미국 무대에서 활동 중인 1995년 1차지명 선수인 ‘서니’ 김선우를 데려오기 위해 ‘만만치 않은’ 베팅을 하고 있다. 박명환에게도 LG와 비슷한 몸값(최대 40억 원)을 제시했으나 놓친 두산은 김선우에게 ‘역대 해외파 복귀선수 사상 최고 몸값’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해외파 복귀선수 최고 몸값은 지난 5월 LG와 계약하고 돌아온 봉중근이 받은 13억 5000만 원이다. 두산이 이처럼 선수 영입에 만만치 않은 자금력을 과시하자 야구계에서는 “돈 안쓰던 예전의 두산이 아니다. 달라졌다”며 혀를 내둘렀다. 두산 구단 관계자들도 예전과는 다른 이미지를 심겠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든든한 모기업인 두산중공업의 지원으로 예전 이미지를 탈피하고 있다. 그렇다고 엉뚱하게 돈을 쓰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적재적소에 투자하는 ‘실용주의 노선’을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전과는 다른 씀씀이를 보여주고 있는 두산이 김선우를 설득해 영입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sun@osen.co.kr 김선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