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와 결별하며 스스로도 가장 아쉬운 점으로 꼽았지만 이병규(32)는 우승을 경험하지 못하고 일본 주니치에 진출했다.
한국 프로야구 출신 선수가 우승 경험 없이 일본 무대에 입성하는 경우는 이병규가 처음이다. 선동렬-이종범-이상훈의 '주니치 3총사'는 물론 정민철-정민태(이상 요미우리)도 국내 무대 우승 후 일본에 갔다. 오릭스에 몸담았던 구대성도 마찬가지였다. 조성민(전 요미우리)은 고려대를 졸업하고 일본에서 프로에 데뷔했다.
호시노 센이치 한신 시니어 디렉터는 주니치 감독 시절 펴낸 자서전 'Hard Play Hard, 승리에의 길'을 통해 '주니치 3인방'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기술했다. '이종범-이상훈이 야구선배 선동렬을 깎듯이 모시는 태도에 감명받았다'고 고백한 호시노 감독은 "세 선수의 공통점은 투지가 강하고 프라이드가 높다는 점"이라고 단언했다.
그 예로 호시노 감독은 "이상훈은 일본 진출 첫 해(1998년) 11경기밖에 등판하지 못하고 1승도 거두지 못하자 시즌 후 한국에 돌아가지 않고 훈련에 임했다"고 밝혔다. 또 이종범에 대해서는 "1999년 들어 전년도 만큼 야구가 안 되니까 원형탈모증까지 생길 정도"라고 언급했다.
이어 선동렬에 대해서는 1999년 6월 3경기 연속 세이브에 실패하자 호시노 감독에게 "은퇴하겠다"고 폭탄 발언했다는 비화를 서술했다. 그러나 호시노의 설득과 호통에 마음을 돌린 선동렬은 "호시노 감독에게 우승 헹가래를 시켜주겠다"는 입단 당시의 약속을 지키고 1999년 12월 은퇴했다고 회고했다.
물론 현 주니치 감독은 호시노가 아니라 오치아이 감독으로 다르지만 이병규 역시 '주니치 3인방'과 캐릭터가 다소 다르다. '열혈남아'라기보다는 쿨한 쪽에 가깝다. '안 되면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는다'고 여기기보다는 '야구 하루 이틀 하는 것 아니다. 하다보면 잘 되는 날도 안 되는 날도 있다'는 마인드의 소유자다.
LG 시절부터 '팀을 대표한다'는 근성이나 솔선수범보다는 빨리 털어버리는 성격과 타고난 자질을 앞세우는 이병규식 사고방식이 일본에서 어떠한 결과를 낼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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