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도장을 먼저 찍어야 되는 것인가?. SK 입단 직전에 좌절된 최향남(36)의 경우는 일반 계약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 무엇인지를 깨우쳐 주었다. 이번 최향남의 계약불발 사건은 원인이 된 구두약속을 놓고 양 측의 해석이 확연히 다르다. 한 쪽은 그냥 말한 것뿐이지 구두 합의가 아니었다고 하고 다른 한 쪽은 합의로 생각했다. 아무튼 논란이 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됐고 결과적으로 서로 상처를 입었다. '스포테인먼트'를 지향한다는 SK는 전혀 즐거음을 주지 못하는 행보로 입방아에 올랐다. 최향남은 SK의 구두약속을 믿고 정식 계약발표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언론에 알렸다가 갑자기 SK의 방침이 바뀌는 통에 낭패를 보았다. SK는 최향남에게 계약금 3억 원, 연봉 2억 원을 구두약속했다. SK는 최향남이 팀의 선발진 또는 중간계투진으로 상당한 활약을 해줄 것으로 보고 영입 쪽으로 기울었을 것이다. 수십 억 원을 뿌리고도 몇 승도 못건지는 FA 실패 사례도 있는데 괜찮은 투수를 건진다면 5억 원이 그리 아까운 돈이 아닐 수도 있다. 더구나 최향남은 트리플 A에서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선수다. 이런 용병이 있다고 한다면 군침을 흘리지 않을 구단이 없을 것이다. 실제로 SK를 비롯해 KIA, LG 등이 최향남의 영입을 타진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최향남은 자신과 친분이 있었던 SK 구단 관계자의 말을 믿었다. 다만 그가 실수한 것은 도장을 찍지 않은 상태에서 언론에 먼저 알린 것이다. 일반 계약관계의 모든 효력은 도장을 찍는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간과했다. 그럼에도 씁쓸한 맛을 지울 수 없다. 선수가 언론에 말하고 나중에 구단이 정식으로 영입포기 선언을 하는 '희대의 해프닝'은 지금껏 프로야구계에서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기 때문이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