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천재' 이종범(36.KIA)이 운명의 2007년을 맞이한다. 70년 개띠 이종범은 내년이면 만 37살이 된다. 지난 93년 해태에 입단했으니 벌써 햇수로는 15년째다. 그 사이 3년반 동안 일본 주니치 유니폼을 입기도 했다. 그런 이종범이 올해 부쩍이나 노쇠화를 보였고 많은 나이로 인해 내년 시즌을 마치고 선수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종범에게 2006년은 잊고 싶은 한 해였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이 너무도 미비했다. WBC 한국대표팀 맏형타자로 일본과의 본선 두 번째 경기에서 짜릿한 2타점 짜리 결승 2루타를 터트리는 등 4강 주역이 됐다. 정몽구 구단주로부터 2억 원의 보너스를 받아 부러움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그러나 시즌 개막과 함께 시련이 다가왔다. 너무 성적이 나빴다. 타율 2할4푼2리, 82안타(1홈런) 10도루 21타점 41득점에 그쳤다. '야구 천재'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데뷔 이후 최악의 성적표였다. 그토록 마음 고생한 일본에서도 이 정도의 성적은 아니었다. 더욱이 올해는 생애 첫 2군으로 떨어지는 아픔을 맛보기도 했다. 스스로 2군행을 자청하기도 했고 서정환 감독의 지시 등으로 두 차례에 걸쳐 2군으로 내려갔다. 개인적인 문제도 있었고 자신의 야구를 전혀 하지 못했다. 상대 투수가 앞 타자를 걸리고 자신을 택하는 수모도 당했다. 전매 특허이던 빠른 배팅 스피드와 순발력이 한물 갔다는 평가도 받았다. 시련의 한 해를 보낸 이종범에게 2007년은 운명의 한 해다. FA 계약 기간 2년째로 내후년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일 올해처럼 성적이 부진한다면 어쩔 수 없이 은퇴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거꾸로 이종범이 올해 다시 한 번 천재성을 보여준다면 40살까지도 현역 생활을 연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이종범은 지난 8월 2군에서 올라오자마자 "내년에도 못하면 은퇴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한 적이 있었다. 얼마 전 한 결혼식장에서 만난 이종범은 "올해 내가 못한 것은 야구 이외의 다른 이유도 있었다. 이번 겨울과 내년 스프링캠프까지 착실히 준비할 것이다. 안되면 옷을 벗을 각오로 내년 시즌을 임하겠다"고 말했다. 내년 한국 프로야구는 유난히 관심을 끄는 요소들이 많다. 야인생활을 청산하고 4년 만에 복귀한 김성근 SK감독의 성적, LG 재건을 어깨에 짊어진 김재박 감독의 행보, 선동렬 삼성 감독의 한국시리즈 3연패 여부, 김인식 감독의 정상재도전 등이 흥미를 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야구 천재'의 운명도 야구팬들에게는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