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한국영화 제작편수 증가, 득인가? 실인가?
OSEN 기자
발행 2006.12.24 10: 17

2006년 제작된 한국영화는 100편이 넘는다. 역대 최고기록이다. 이같은 수치만 본다면 한국영화가 활성화 됐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러나 실상을 조금 다르다. 제작편수는 증가했지만 그렇다고 한국영화 활성화됐는지는 의문이다. 한국영화 제작편수의 증가 이유 한국영화의 제작편수 증가의 주된 이유는 영화제작에 많은 자본이 유입됐기 때문이다. 영화는 문화이자 산업이지만 자본 유입의 주된 근거는 영화가 투가가치가 있는 산업이라고 보는데서 기인한 것이다. 영화 한 편이 크게 성공할 경우 그 이익은 막대하다. 쉽게 영화 티켓 평균 가격을 7000원으로 하고 1000만명이 영화를 본다면 영화의 가치는 700억원이다. 여기에 해외 판매와 판권 계약이 포함되면 이익은 더 커진다. 투자사(자)와 극장주, 제작사들이 이익을 분배받지만 이 정도만 되면 로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올 한해에만 ‘왕의 남자’와 ‘괴물’ 두 편이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영화 흥행기록을 갈아치웠으니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자본 유입이 미치는 장단점 자본이 영화에 들어오면서 영화 제작여건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감독의 입봉 시기가 빨라졌고, 많은 스태프의 지위도 향상됐다. 영화계에 유입된 자본을 바탕으로 많은 영화가 제작되다보니 양적으로는 활성화가 이뤄졌다. 한마디로 영화를 만들 맛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자본의 유입은 이익이 발생해야 한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 이익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자본은 다른 투자가치가 있는 산업으로 옮겨졌을 것이다. 때문에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들은 영화 흥행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들인 돈을 회수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주된 것은 바로 관객이다. 많은 관객이 영화를 봐야하니 영화는 자연스레 관객들의 입맛에 가까워진다.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영화는 물론 큰 성공을 거두겠지만 흥행성만을 고려한 작품도 양산하게 된다. 자본이 오히려 영화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제작편수 증가의 득과 실 영화 제작편수가 많다는 것은 영화 한편이 실패할 경우 그것을 대체할 영화들이 있다는 말이다. 그러다보니 호평은 받는 영화라도 흥행에 뚜렷한 성과가 없다면 관객과 만나는 기간은 결코 길지 않다. 영화의 교체시기가 빨라진다는 말이다. 이익을 남겨야 하니 흥행이 부진하다 싶으면 곧바로 다른 작품이 극장에 걸리게 된다. 영화가 미처 관객들에게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도 전에 영화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특히 지난 7월 146일이던 스크린쿼터가 절반으로 줄어든 것 또한 이와 맞닿아 있다.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가 줄였으니 흥행과 거리가 먼 한국영화가 교체되거나 내릴 확률은 커진 것이다. 2006년 한국영화는 분명 양적인 활성화를 이뤘다. 하지만 그 양적인 활성화 이면에 질적인 향상이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다. 수많은 한국영화들이 개봉했지만 흥행 참패라는 쓴 맛을 봐야 했다. 자본이 유입됐다고 마구 만들어낼 것이 아니라 좀 더 큰 자본으로 완성도가 높은 영화를 만드는 게 더 현명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pharo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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