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로스앤젤레스, 김형태 특파원] 프로 스포츠의 천국인 미국에선 계절에 따라 '주종목'이 바뀐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야구, 가을부터 겨울에는 미식축구(풋볼), 초겨울부터 초여름까지는 농구와 아이스하키가 차례대로 열린다. 이 가운데 야구는 특별한 경쟁 상대 없이 6개월간 스포츠 시장을 '독점'한다. 반면 겨울에는 나머지 스포츠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추운 계절을 후끈 달군다. 최근에는 메이저 스포츠로서 위상을 잃어버렸지만 아이스하키까지 포함하면 3개 종목이 한정된 스포츠팬들을 놓고 치열하게 다툰다. 그러나 겨울 스포츠간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도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워낙 미식축구의 인기가 독보적이어서 사실상 '겨울=풋볼의 계절'이라는 등식이 성립되기 때문이다. 근거를 보면 알 수 있다. 시청률 전문 조사기관 닐슨이 매주 집계하는 미국 내 스포츠 프로그램 시청률 순위에서 NFL은 순위를 사실상 '점령'한다. 이번주 공중파에서 방송된 스포츠 관련 프로그램 '톱15' 가운데 무려 13개가 NFL 관련 프로그램이었다. 그것도 1위부터 13위까지 한 자리도 빼놓지 않고 자리를 잡아 NFL의 위상을 실감케 했다. 지난 18일(이하 한국시간) 방송된 FOX의 'NFL 선데이 경기'가 단연 1위를 차지한 가운데 NBC의 '선데이나잇 풋볼'이 2위에 올랐다. 3위 역시 FOX의 풋볼 중계였고 4위는 CBS가 중계한 또 다른 일요일 경기였다. 미국 4대 공중파 네트워크 가운데 3개인 FOX NBC CBS가 일요일 내내 NFL를 경기를 나눠서 중계하는데 이 프로그램들이 시청률 순위를 사실상 도배한 것. 순위에 오른 13개 프로그램 중 FOX와 NBC가 5개, CBS는 3개의 NFL 관련 경기 및 토크쇼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14위에는 ABC가 중계한 PGA 월드 챌린지, NCAA 대학농구 '신시내티-오하이오스테이트(CBS)는 15위에 올라 간신히 명맥을 이었다. 케이블 순위에서도 NFL의 인기는 독보적이다. 시청률 상위 15위 가운데 ESPN이 방송한 NFL 관련 프로그램이 8개를 차지했고 NCAA 대학 풋볼도 2개나 순위에 올려놓았다. NBA 농구는 단 2개였고 전국적인 케이블 네트워크조차 확보 못한 NHL은 전무했다. NFL의 인기는 관중수에서도 드러난다. 정규시즌 종료를 눈 앞에 둔 현재 모두 1549만 677명 관중이 입장해 경기당 평균 6만 8847명의 관중수를 기록했다. NFL 경기만 열리면 거의 7만 명에 가까운 팬이 경기장을 찾는 셈이다. 평균관중수 1위인 워싱턴 레드스킨스의 경우 올 시즌 5승 10패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홈 7경기서 61만 4908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경기당 평균 8만 7844명으로 구단에 대한 팬들의 애정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려준다. 뉴욕 자이언츠(7만 8624명)는 2위를 차지했고 캔자스시티 치프스(7만 7967명) 뉴욕 제츠(7만 7219명) 덴버 브롱코스(7만 6578명)가 뒤를 이었다. 평균 7만 명 이상 기록한 구단은 모두 12개이고 6만 명 이상을 기록한 구단도 18개나 됐다. 오클랜드 레이더스(5만 8074명)와 인디애너폴리스 콜츠(5만 7120명)만이 '평균 6만 관중'에 미달한 유이한 구단이었다. 미식축구, 특히 NFL에 대한 미국인의 열정은 상상을 초월한다. 팀당 정규시즌 16경기에 불과한 희소성에 매 경기가 결승전이나 다름 없는 긴박감, 그리고 박진감 넘치는 파워 플레이와 고도의 전략까지 곁들여진 까닭에 스포츠팬들이 사족을 못 쓴다. 농구를 시작으로 야구 등 라이벌 종목이 더 많은 돈벌이를 위해 세계화에 박차를 가하는 게 요즘 추세다. 하지만 미국내 시장을 압도하고 있는 NFL은 국제화에 다소 둔감한 편이다. 그 이유는 숫자에 나타난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