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드라마는 ‘왕싸가지’들이 특히 사랑받았다. 나쁜 남자만 뜨는 줄 알았더니 ‘왕싸가지’면 남자든 여자든 다 뜰 수 있다는 사실을 올해 드라마들이 보여줬다. 신인을 스타로 만들었으며 지는 별을 다시 뜨게 만들었다. ‘왕싸가지’의 파워는 대단했다. 2006년을 빛냈던 ‘왕싸가지’들을 한데 모았다. ‘궁’ 주지훈, ‘왕싸가지’로 신고식 톡톡! 신인이 단숨에 스타가 되기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운 일. 하지만 주지훈은 ‘궁’에서 황태자 이신 역할로 단박에 주목받았다. 시작은 비호감 일색이었으나-원작만화 ‘궁’ 속의 이신 이미지에 적합하지 않다고 하여-회를 거듭할수록 이신다운 매력을 발산하며 비호감에서 호감으로 돌아섰다. 어른들 간의 약속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신채경(윤은혜 분)을 신부로 받아들인 그는 신채경 따돌림의 1인자였다. 민효린(송지효 분)에게 하는 것, 반의반만 했어도 미움을 덜 받았을 텐데 관심과 괴롭히는 것을 혼동해서 신채경에게 ‘왕싸가지’로 낙인찍혔다. 특히 모델출신다운 이기적인 ‘기럭지’는 황태자의 자태를 더욱 빛내줬다. ‘소문난 칠공주’ 최정원, 개념상실 미칠이~ 올해 최정원은 본의 아니게 미움을 많이 받아야만 했다. ‘소문난 칠공주’에서 맡은 역할 때문. 극중의 나미칠은 명품에 환장한 여인이다. 그 덕에 나미칠의 패션아이템이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능력도 없으면서 명품만 사대는 통에 시청자들의 뭇매를 많이 맞았다. 카드 빚은 물론이고 사채까지 손을 대 나설칠(이태란 분)에게 도움을 구하지만 자기 잘못은 모르고 돈을 내놓지 않는다고 되레 성질이다. 결혼해서도 남편의 내조는 등한시하고 자기밖에 생각할 줄 모르는 이기적인 사고방식에 시청자들은 혀를 내둘렀다. ‘하늘이시여’&‘거침없이 하이킥’ 박해미, 따라올 테면 따라 와봐! ‘왕싸가지’라고 하면 ‘하늘이시여’의 김배득을 능가할 자는 없을 듯. 뮤지컬 배우였던 박해미는 ‘하늘이시여’ 출연으로 엄청 욕먹어야만 했다. 착한 이자경(윤정희 분)을 열심히 괴롭히고 구박한 덕에 그녀는 현재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도 싸가지 없는 며느리 역할을 맡아 안방극장에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환상의 커플’ 한예슬, 꼬라지 하고는~ 올해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왕싸가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예슬은 ‘환상의 커플’을 통해 그녀의 가치를 재평가 받았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세상에 무서울 것도 거칠 것도 없다. 그래서 말도 대차게 토해낸다. 그 중에서도 ‘꼬라지 하고는~’이란 말은 유행어로 자리 잡았을 정도. 그 덕에 시청자들은 주말 저녁을 유쾌하게 시간 보낼 수 있었다. 인터넷에서 ‘왕싸가지’를 검색하면 ‘한예슬’이라는 이름으로 도배되는 것만 봐도 올해의 베스트 ‘왕싸가지’는 한예슬이 틀림없다. ‘눈의 여왕’ 성유리, 난 얼음공주 김보라다! ‘눈의 여왕’에서 성유리가 변신을 꾀했다. 착하고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차가운 얼음공주로 변신한 것. 병원에서 소란을 피우다 만난 한득구(현빈 분)를 개인 운전사로 고용하는 등 하인 부리듯 대한다. 건방은 하늘을 찌르고 도도함의 극을 달린다. 싸가지 없다고 욕은 먹어도 인기는 짱이다. 비록 ‘주몽’의 그늘에 가려 빛 한번 못 보고 있는 ‘눈의 여왕’이지만 성유리가 이 작품을 통해 ‘왕싸가지’로 변신을 시도했다는 점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연인’ 이서진, ‘왕싸가지’ 두목님~ 방영 중인 ‘연인’에서 이서진이 맡은 역할은 싸가지 없는 깡패 두목 하강재다. 싸가지 없는 것도 윤미주(김정은 분)앞에서 뿐이다. 어찌나 성격이 까칠한지 매번 그녀를 바보로 만든다. 물론 윤미주가 하강재를 마음에 두고 있기 때문이지만. 요즘 ‘연인’은 ‘황진이’가 턱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도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률 오름세를 보이며 인기몰이중이다. 로맨틱코미디의 1일자 김정은도 김정은이지만 이서진의 싸가지 없음이 김정은과 티격태격 앙상블을 이루며 재미를 이끌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왕싸가지’ 캐릭터들은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 자신감이 과하다는 것과 하나같이 빼어난 외모, 그리고 풍족한 집안 형편까지. 돈 있고 잘났으면 싸가지 없어도 되느냐며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반대로 이들을 통해 시청자들은 대리만족과 함께 재미를 느낀다. 욕먹으면서도 사랑받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내년에도 어떤 ‘왕싸가지’들이 드라마를 빛낼지 기대해본다. orialdo@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