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를 보니 수치로만 파악하기에는 아까운 작품들이 많았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주몽’의 그늘에 가려 제대로 된 평가 한번 못 받고 소리 소문 없이 퇴장했다. 이에 2006년을 장식한 드라마 가운데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소수의 마니아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은 드라마들을 한데 모아봤다. SBS 월화극 ‘101번째 프러포즈’ 영화배우 이문식이 드라마에서 첫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작품이다. 1993년 영화로 개봉한 바 있어 시청자들에게 그다지 낯선 작품은 아니었을 듯. 이문식과 탤런트 박선영이 호흡을 맞춰 영화 못지않은 감동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지만 ‘101번째 프러포즈’는 평균 시청률 7.0%(이하 TNS미디어코리아 집계)를 기록하다가 결국 15회로 종영했다. 이문식은 “애국가도 5%의 시청률은 나온다고 하더라”며 부진한 성적에 아쉬움을 토로한 일이 있다. MBC 수목극 ‘오버 더 레인보우’ 음악을 소재로 한 실험적인 드라마도 있었다. 지현우 서지혜 환희 김옥빈 등 신세대 스타들이 총출동한 ‘오버 더 레인보우’가 바로 그랬다. 가수 환희의 연기 데뷔 작품으로도 주목받은 ‘오버 더 레인보우’는 노래하고 춤추는 삶을 꿈꾸는 4명의 젊은이들을 통해 연예인의 세계를 본격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모았다. 역동적인 춤동작과 드라마 속에 삽입된 음악이 특히 주목받았다. 하지만 ‘오버 더 레인보우’도 10%를 넘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9월 14일 자체 최고시청률 9.3%로 조용히 퇴장했다. SBS 월화극 ‘천국보다 낯선’ ‘천국보다 낯선’ 역시 영화배우 이성재가 8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하는 작품으로 큰 화제가 됐다. 이성재뿐만 아니라 김민정, 엄태웅 등 연기파 배우들의 등장으로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배우들의 호연에도 ‘천국보다 낯선’은 시청률이 2.8%까지 떨어진 바 있다. 이에 대해 연출을 맡은 김종혁 PD는 종방연에서 “대한민국 3%의 시청자들에게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KBS 2TV 월화극 ‘구름계단’ 한지혜 신동욱 김정현 임정은 출연의 ‘구름계단’은 역시 시청률 부진을 면치 못했다. 9월 18일 7.0%로 불안하게 출발했던 ‘구름계단’은 결국 11월 7일 4.7%로 종영을 맞았다. 평균 시청률이 5.0%였다. 한지혜의 복귀와 신인 연기자들의 주연 기용이라는 점은 눈길을 끌었지만 극 초반 미스캐스팅과 연기력 논란으로 다소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SBS 월화극 ‘독신천하’ 시청률이 낮아 조기 종영한 드라마로는 ‘독신천하’도 있다. 9월 25일 6.0%의 시청률로 시작한 ‘독신천하’는 11월 14일 9.6%를 기록하며 14회로 조기 조영했다. 김유미 이현우 유선 윤상현 문정희 강지섭 등 개성 강한 여섯 남녀의 색깔 있는 사랑을 그려내 보이고자 했지만 ‘주몽’과의 힘겨운 싸움에서 결국 물러나고 말았다. 그 밖에… 그 밖의 작품으로는 현재 방영 중인 KBS 2TV 월화극 ‘눈의 여왕’과 MBC 수목극 ‘90일, 사랑할 시간’ 그리고 SBS 월화극 ‘눈꽃’이 있다. KBS 2TV 4부작 드라마 ‘도망자 이두용’도 평균 시청률 5.8%를 기록했으며 KBS 2TV 청춘드라마 ‘일단 뛰어’와 KBS 2TV 청소년드라마 ‘반올림#3’도 한 자릿수 시청률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작품들 중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들이 주로 MBC 월화극의 경쟁작들이다. 다시말해 ‘주몽’과 맞붙은 작품들이 부진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조용히 안방극장을 떠난 것. 편성시간만 좋았다면 작품의 가치가 재평가됐을 것이라 해석하는 작품들이 상당하다. 그런 점에서 ‘101번째 프러포즈’와 ‘천국보다 낯선’은 큰 아쉬움이 남는다. 내년에는 시청률 때문에 좋은 작품들이 외면받는 일이 없길 희망해본다. orialdo@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