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고 아파야 인기?' 가학 트렌드 활개
OSEN 기자
발행 2006.12.26 08: 22

마빡이의 이마 때리기 '개그 콘서트'의 마빡이는 쉬지않고 자기 이마를 때리는 것으로 시청자와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개그맨 정종철(29)은 이 코너로 올 KBS 연예대상 코미디 부문 최우수상을 받고 눈물을 흘렸다. 십여분간 쉬지않고 자기 이마를 두들기면서도 웃음을 잃지않던 그가 마빡이 연기로 큰 상을 받자마자 그만 울어버린 것이다. 그동안 이유없는 학대에 한이 서렸을 자신의 이마를 위해 한바탕 눈물을 쏟은 셈이다. 코봉이의 코 혹사? '웃찾사'의 코봉이 장재영도 지난 22일 데뷔 6년만에 SBS 코미디대상 특별상을 수상하며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형님뉴스' '맨발의 코봉이' '바디밴드' 등 3개의 코너에 출연중인 그는 하나같이 몸을 써서 남을 웃기느라 고생이다. 마빡이가 자신의 신체부위 가운데 이마를 집중적으로 혹사시킨다면 코봉이의 경우 코가 주인을 잘못만났다. '바디밴드'에서는 코로 건반을 치는 수준급 키보드 연주 실력을 자랑하고 '맨발이 코봉이'를 보면 코로 요요를 하는 등 갖은 묘기를 선보인다. 개그맨의 자학은 시청자의 가학 마빡이와 코봉이는 남을 학대하는 가학이 아니고 자신을 괴롭히는 매조키즘 형태의 개그로 자리를 잡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시청자와 관객의 입장에서는 이들의 행위가 가학으로 인식되는 까닭이다. 자신의 신체를 괴롭히는 개그맨의 행위 자체가 시청자 입장에서는 남의 손을 빌려 새디즘을 만족시키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결국 코미디의 기본이랄수 있는 슬랙 스팁과 그 궤를 같이 한다. 넘어지고 자빠지고 자신의 희화화하는데 최선을 다하는 슬랩 스틱도 관객의 가학 대리 욕구를 충족시키는 수단으로 '딱'이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이에 대해 "개콘의 마빡이는 그저 몇몇 개그맨들이 차례로 무대에 나와 이마를 치는 동작을 반복하고 특별한 스토리도 없지만 이 단순함이 가진 웃음의 파괴력은 크다" 며 "복잡다단한 우리네 삶에 대한 어려움을 단순화시키는 명쾌함과 자학적 동작이 가진 우스꽝스런 모습을 통해 자신이 겪고 있던 힘겨움을 웃음으로 털어 버리게 하는 힘이 있다"고 설명했다. 가학의 웃음코드, 영화에도 있다 올 초 평단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전국 700여만 관객을 모았던 '투사부일체'도 사실 이런 류의 가학적 웃음을 선보였다. 전편에 이어 2편에서도 주인공 조폭 두목 정준호는 자신의 부하인 정운택의 뒤통수를 쉴틈없이 두들긴다. 온갖 기합을 주다가 발로 차고, 따귀를 때리는 등 코미디 영화치고는 무자비한 폭력을 선보였다. 비평가들이 '한심하다' '어쩔수없는 조폭 코미디'라고 지적한 바로 그 내용이다. 그러나 관객들은 그저 이를 웃음으로 받아들였을 뿐, 어렵게 생각하거나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렇지않다면 관객 700만명 동원은 도저히 설명할수 없는 수치니까. 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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