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천’, 화려한 영상에 묻혀버린 러브스토리
OSEN 기자
발행 2006.12.26 09: 02

정우성 김태희 주연의 ‘중천’은 한국 판타지영화의 진일보한 발전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중천’이 말하고자 하는 메인 플롯이 크게 주목받지 못해 아쉽다.
‘중천’은 죽은 영혼이 49일간 머무는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한 러브스토리가 메인 플롯이다. 이승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잊지 못하는 이곽(정우성 분)과 이승에서의 기억을 모두 지우고 천인이 된 소화(김태희 분)가 그 주인공이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현세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 내세에서 이루자’는 내용을 영화화 한 것이다.
이곽은 귀신을 보는 능력이 있는 자신을 대신해 죽은 연인 연화 때문에 실의에 빠진다. 이후 이곽은 퇴마무사집단인 처용대에서 가장 뛰어난 제일의 퇴마무사로 거듭난다. 하지만 이곽의 마음 한켠에는 늘 소화가 자리잡고 있고, 자신을 연모하는 처용대의 유일한 여자무사인 효(소이현 분)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처용대가 반란을 도모하다 모두 죽고 홀로 된 이곽은 우연한 기회에 중천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 곳에서 소화를 만난다.
이곽은 소화가 비록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지만 소화의 곁에 머물며 그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소화는 천인으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데 몰두하고 이곽은 그런 소화를 돕는다. 그리고 중천에서 반란을 꿈꾸는 처용대 대장 반추(허준호 분)와 일전을 치른다.
‘중천’은 이곽과 소화의 관계를 단계별 미션을 해결해 가는 RPG 게임과 같은 구조에 녹여냈다. 중천의 7개의 공간을 도는 여정 속에 이곽과 소화가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여정의 과정을 도입함으로써 주변 인물에 치우칠 수 있는 요소를 없애고 오직 이곽과 소화의 관계에만 주력한다.
하지만 완성된 ‘중천’의 이야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 중천을 돌며 이곽의 존재를 느껴가는 소화의 캐릭터가 확실하게 살아나지 못했다. 사실 소화의 캐릭터를 설명할 수 있는 장면들은 촬영했지만 편집과정에서 빠지게 됐다. 이곽을 이해하기란 쉽지만 소화를 이해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렇듯 ‘중천’은 현세에는 사랑했지만 내세에서는 서로 다른 기억을 가진 남녀의 러브스토리를 큰 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순수 국내 기술로만 만들어낸 CG와 세계적인 거장의 화려한 의상에 가려 여정을 통해 서로를 받아들이는 남녀의 모습은 제대로 살지 못한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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