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김성한과 '2007년' 김시진은 '닮은꼴'
OSEN 기자
발행 2006.12.26 10: 11

8개 구단 사령탑 가운데 대망의 2007시즌을 맞이하며 가장 가슴이 떨리는 감독을 꼽으라면 누굴까. 아마도 나이 50을 앞두고 지휘봉을 잡게 된 김시진(48) 현대 감독일 것이다. 투수코치로는 입신의 경지에 올랐지만 팀 전체를 지휘하는 감독으로서는 초짜다. 그에게는 여러 가지 부담이 있다. 가장 큰 부담은 전임 김재박 감독의 업적이다. 김재박 감독은 현대 창단감독으로 11년 동안 4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김시진 감독은 투수코치로 3번의 우승에 공을 세웠다. 김재박 감독은 투수 부문은 김시진 코치에게 믿고 맡겼다. 그러나 감독직은 자기 분야만 책임지는 코치와는 완전히 다른 분야다. 전체적인 팀의 얼개를 짜야 하고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급박한 상황에 정확한 판단력과 기민한 대응력이 필요하다. 선수들과 코치들을 잡음없이 잘 이끌어가는 것도 감독의 몫이요, 프런트와의 원만한 관계도 조성해야 된다. 언론과의 관계도 만만치 않다. 지금 김시진 감독은 지난 2001년 김성한 해태(2001년 8월 1일 KIA로 명칭 변경) 감독과 비슷한 입장이다. 당시 김성한 감독은 김응룡 감독이 2000시즌을 마치고 삼성 사령탑으로 옮기자 2000년 11월 대권을 물려받았다. 김성한 감독은 패기 넘치는 그만의 성격을 고스란히 팀 지휘에 불어넣었다. 해태가 몇 년째 자금력 부족으로 선수들을 내다파는 통에 선수가 태부족했지만 시즌 막판 4강 다툼까지 할 정도로 지도력을 발휘했다. 당시 해태에 비하면 김시진 감독은 행복한 편이다. 구단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해태처럼 무너질 정도는 아니다. 팀 전력은 탄탄한 스카우트와 양성 시스템으로 세대교체를 성공했다. 투수력이 좋은 만큼 내년에도 충분히 4강에 도전할 수 있는 전력이다. 김시진 감독이 전임 김재박 감독의 그림자를 벗어나 자신만의 업적을 쌓을 수 있는 토대는 충분하다. '이기면 살고 지면 죽는' 진짜 승부의 세계에 뛰어든 2007시즌 김시진 감독이 어떤 지휘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sunny@osen.co.kr 김시진 현대 감독, 작은 사진은 김성한 전 KIA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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