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을 넘긴 올드미스들이 스크린에서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영화에서 하나의 주변인물에 머물렀던 올드미스들은 이제 당당히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와 개봉을 앞둔 4편의 한국영화의 여주인공이 바로 그들이다. 가장 먼저 지난 11월 30일 개봉한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의 이혜란(김지수 분). 나이는 32세, 직업은 해외명품 브랜드를 카피하는 짝퉁 디자이너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엄청난 빚 때문에 자신의 삶을 즐길 여유가 없다. 임신을 하고 결혼을 하겠다고 선언한 동생에게 아이를 지우라고 말하고 자신을 신고한 옆가게 상인의 머리채를 휘어잡을 정도로 까칠한 성격이다. 친절한 동네약국 약사를 만나지만 혜란은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 12월 7일 개봉한 ‘Mr.로빈 꼬시기’의 민준(엄정화 분)의 나이는 33세. 외국계 회사에서 다니는 민준은 업무 능력은 뛰어나지만 연애실력은 그와 반비례 한다.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서라면 자존심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헌신한다. 민준은 그런 자신을 비웃는 CEO 로빈(다니엘 헤니 분)에게 연애 기술을 전수받으며 로빈 꼬시기에 도전한다. 로빈이 경험한 사랑의 상처를 알게 된 민준은 조금씩 마음의 거리를 좁힌다. 직업은 성우이지만 거의 백수나 다름 없는 서른 두 살 올드미스 최미자(예지원 분)는 12월 20일 스크린에 출현했다.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통해 마니아 시청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미자의 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홀대를 받는 미자의 상상력은 그대로 드러난다. 평범하고 소심한 그녀는 가끔 푼수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엉뚱함이 바로 미자만의 매력이고, 연하남 지현우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연말을 지나 내년 초 개봉하는 ‘언니가 간다’의 나정주(고소영 분)는 서른 살로 가장 어린 올드미스다. 화려한 의상디자이너를 꿈꿨지만 의상실 허드렛일을 하며 무료하게 살아가고 있고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첫 사랑을 바꾸기 위한 작전에 돌입한다. 12년 전 과거로 돌아가 과거 속의 자신과 마주친 정주는 첫 남자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이루지 못한다. 대신 과거 앞에 당당하게 된 정주는 현재로 돌아와 자신의 사랑을 찾게 된다. 지난 해 30살이 넘은 노처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던 드라마와 시트콤이 크게 히트했다. ‘삼순이 신드롬’을 일으켰던 MBC TV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과 KBS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가 바로 그것. 이후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서른이 넘은 노처녀들이 유행처럼 등장하기 시작했다. 결국은 캐릭터와 스토리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들이다. 올드미스들의 행진은 2007년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pharos@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