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변신은 연예인들에게 있어서 피할 수 없는 과제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던가? 2006년 한 해 동안 과감한 이미지 변신으로 대중에게 강인한 인상을 심어준 스타들을 쫓아가봤다. 제대로 망가졌다, 고현정 ‘모래시계’ 속 청순하고 지적인 모습으로 남성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고현정이 아주 작정을 하고 변했다. MBC 수목드라마 ‘여우야 뭐하니’에서 30대 노처녀 고병희로 분해 딴 사람이 된 것. 흘러내리는 머리는 머리띠로 아무렇게나 고정시켜버리고 노 메이크업에 촌스러운 옷차림…. 이것만으로도 놀라움을 안겨주기에 충분한데 거침없이 성 이야기를 쏟아내기도 하고 9세 어린 친구의 동생과 술김에 하룻밤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는 등 사고뭉치로 돌변했다. 이 같은 그녀의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파격변신에 매스컴은 연일 이와 관련한 기사를 쏟아내기에 바빴고 시청자들은 반색했다. 그 결과 고현정은 12월 30일 열릴 MBC ‘연기대상’의 최우수상 수상자의 유력한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비호감’이 ‘호감’으로, 한예슬 김희선을 닮은 인형 같은 외모, CD로도 가려질 만큼 작은 얼굴, 게다가 큰 키와 늘씬한 몸매로 데뷔 때부터 화제를 모았던 한예슬은 다소 부정확한 발음과 어색한 연기, 앙칼진 목소리 등으로 일명 ‘비호감’ 딱지를 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비호감’이 ‘호감’으로 순간이동하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MBC 주말 드라마 ‘환상의 커플’의 안나 조, 나상실 역을 맡으면서부터였다. 개념상실, 왕싸가지에 천상천하 유아독존인 안나 조가 요트 위에서 과다한 음주 끝에 바다에 빠지는 사고를 당해 기억상실증에 걸리면서 장철수(오지호)를 만나 차츰 인간적인 모습으로 변해가는 연기를 훌륭히 해낸 것. '한예슬이 아니었다면 가능했을까' 싶을 정도로 도도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를 잘 소화해낸 그녀는 이 드라마를 통해 ‘완소녀(완전 소중한 여자)’로 거듭날 수 있었다. 섹시ㆍ청순 'NO' 털털 'YES', 박진희 긴 다리를 드러내며 섹시함을 강조하기도 하고 고전적인 외모로 청순함을 자랑하기도 했던 연기자 박진희가 요즘 대세인 ‘털털한 미녀’로 자리매김했다. SBS 드라마 ‘돌아와요 순애씨’를 통해 여성스러움을 벗고 그 어떤 것도 부끄러울 것 없는 우리시대의 억척 아줌마로 대변신한 것. 찜질방에서 구운 계란을 까 먹으며 코믹 춤을 추기도 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도 하며 구수하고 정감 가는 아줌마들의 특유화법을 구사하기도 등 어느 누가 박진희의 이 같은 모습을 상상했겠는가? 박진희와 심혜진의 코믹 연기와 상황설정 등이 큰 인기를 모으며 ‘돌순씨’ 열풍을 일으켰던 ‘돌아와요 순애씨’는 20% 중반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코믹연기란 바로 이런 것, 임채무 의외의 인물이 망가질 때 그 재미가 극대화되기 마련이다. 임채무는 바로 이 같은 시청자들의 심리를 이용해 성공한 히든카드였던 셈. 한 CF에서 축구 모레노 주심의 표정을 패러디해 폭소를 자아내더니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에서는 서태지로 변신하기도 하고 신화의 에릭으로 분해 ‘우리는 신화입니다’를 외치거나 ‘퍼팩트맨’ 노래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하는 등 몸을 아끼지 않았다. 근엄한 아버지상에서 친근감 있는 옆집 오빠(?)같은 이미지로 분한 그의 변신은 제대로 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 섹시한 댄스가수에서 슬픈 발라드가수로, 백지영 올 한해 가요계에서 가장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가수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백지영을 택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3월 백지영이 5집 앨범으로 컴백했을 때 ‘Dash', '선택’ 등 신나는 댄스곡에 맞춰 긴 팔과 다리를 뽐내며 섹시춤을 추던 모습을 예상했던 이는 비단 기자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발라드곡 ‘사랑 안 해’를 들고 등장했으며 특유의 허스키한 보이스와 함께 듣는 이의 귀를 사로잡는 멜로디와 가사로 보란 듯이 재기에 성공했다. 이처럼 대중은 스타들의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모습을 발견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얻는다. 특히 다가가기 힘들었던 반듯한 이미지의 스타가 처절하리만큼 망가졌을 때 얻는 쾌감은 더욱 크다. 물론 이미지 변신을 위해 본인이 소화하지도 못할 캐릭터로 무리하게 변화를 시도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적절한 시기를 두고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는 것은 그를 다시 보게 만드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2007년에는 또 어떤 스타들이 예상치도 못한 변신을 시도할까? 그 설레는 기다림에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hellow0827@osen.co.kr 왼쪽 시계방향으로 고현정, 한예슬, 박진희, 백지영, 임채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