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역사를 휘휘 감아 돌던 사극열풍이 마침내 민족의 뿌리로 향하고 있다. SBS가 내년 가을을 겨냥해 준비하고 있는 대하사극은 ‘단군’이다. 우리 민족이 만들어진 역사의 뿌리까지 다다른 셈이다. 신화의 영역과 맞닥뜨려지는 태초의 지점까지 드라마가 손을 뻗치고 있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운 2006년 사극의 화두는 고구려였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서야 하는 역사적 사명과 소재의 고갈이라는 현실적인 이유가 맞물려 ‘고구려 사극’은 약속이나 한 듯 터진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MBC TV에서 ‘주몽’을 만들어 냈고 SBS TV는 ‘연개소문’, KBS 1TV에서는 ‘대조영’을 내놓았다. 이들 고구려 사극은 2006년 최고의 히트작으로 불리는 ‘주몽’을 위시해 하나같이 20% 이상의 높은 시청률을 보이며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일부 드라마 내용이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고구려 역사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는 긍정적인 구실을 분명히 하고 있다. 고구려라는 대제국의 영욕을 되돌아봄으로써 민족적 자긍심을 되찾는 작업은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내년에도 계속된다. 광개토대왕의 역사적 자취를 밟아볼 ‘태왕사신기’가 내년 5월 MBC TV 방송을 목표로 준비되고 있다. 슈퍼 한류스타 배용준을 비롯해 문소리 최민수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해 광개토대왕의 기상을 드라마로 형상화 할 예정이다. 12월 27일 발표된 ‘SBS 2007 대기획’에 의해 실체가 확인된 대하사극 ‘단군’도 웅장하기는 마찬가지다. 단군신화로 상징되는 고대 조선의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단군’을 기획하고 있는 SBS 드라마국 구본근 CP는 “최소 50부작에서 최대 100부작이 될 수도 있는 대하사극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 누구를 주인공으로 쓸지, 어떤 자료를 원작으로 할지 결정된 것은 없다. 이 드라마를 통해 단군 신화를 신화가 아닌 역사의 관점에서 풀어보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신화의 영역을 역사의 영역으로 끌어내는 만큼 그 기법은 판타지적 요소가 다분히 가미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한번도 다룬 적이 없는 고대 제국의 면모를 스펙터클 한 서사극으로 풀어내겠다는 엄청난 기획이다. 현재 제대로 된 드라마를 만들기 위한 제작비 산출작업에 들어가 있어 그 규모가 얼마가 될지 기대도 모아지고 있다. 3개월 이상 일정의 카자흐스탄 로케이션도 깜짝 놀랄 계획의 일부이다. 역사는 앞으로 흐르고 있지만 우리 민족의 정신을 노래하는 사극은 그 뿌리를 향해 점점 다가가고 있다. 100c@osen.co.kr 올해 지상파 방송사를 통해 선보인 고구려 사극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