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거탑' 안판석 PD, "병원 내 치부, 비리 피할 생각 없다"
OSEN 기자
발행 2006.12.28 10: 02

일본 유명 소설이자 드라마인 ‘하얀거탑’이 국내에서 드라마로 제작된다. ‘하얀거탑’은 1978년과 2003년 일본에서 두 번에 걸쳐 드라마로 제작돼 경이적인 시청률을 올렸으며 카라사와 토시아키와 에쿠치 요스케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MBC ‘환상의 커플’ 후속으로 방송될 ‘하얀거탑’은 병원 내에서 벌어지는 권력다툼과 그 속에서 야망을 향해 질주하는 한 천재 외과의사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릴 예정이며 주인공으로는 김명민, 이선균, 차인표 등이 맡았다.
12월 27일 오후 3시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하얀거탑’ 세트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안판석 PD는 이 작품의 연출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굉장히 극성이 강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병원이다 보니 실제로 사람이 죽기도 하고 살기도 하고 기복이 심하다. 또 원작의 디테일이 워낙 뛰어나다는 점이다. 원작을 극화할 때에는 사전조사하고 취재하고 작은 부분까지 고증하는 것 등이 너무 힘든데 소설이 90% 이상 그 몫을 해주고 있어 편하게 찍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설 ‘하얀거탑’에는 병원 내 갈등에 관한 이야기가 여과 없이 묘사돼 있어 이 같은 부분을 국내에서 드라마로 표현하는데 있어 의료계의 반발 등 다소 잡음이 일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국내 드라마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멜로이야기가 첨가될 경우 극의 완성도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이와 관련해 안 PD는 “인터넷 댓글을 보니 한 네티즌이 ‘의학드라마=병원에서 연애하는 이야기’라고 하시더라(웃음). 원작 소설을 읽고 드라마로 각색하면서 '멜로를 보강할까'라는 유혹에 빠졌는데 뭔가 나사 하나를 바꿔 끼니까 점점 어긋나더라. 그래서 원작에 충실하게 됐다”며 “이 드라마는 병원에서 진료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병원에서 정치하는 이야기다. 사람이 둘만 있어도 서열이 생기도 셋, 넷이 넘으면 더욱 복잡해지듯이 예민한 문제를 피할 생각은 없다”고 못박았다.
안 PD는 또 “의료계의 치부가 나온다면 불편한 것이 있더라도 받아들여야하지 않을까 싶다. 문화가 발전하려면 서로 도와야한다. 갈등을 일으키는 대상이 대통령이나 판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사회 지도층이 혜택 받는 사람들이니까 문화를 발전시킬 마음이 있다면 비리나 안 좋은 부분이 드라마 속에서 등장해도 넘어가주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드라마 '하얀거탑'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리얼리티와 깊이다. 실제로 경기도 이천에 제작해 놓은 세트장은 진짜 병원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매우 정교했다. 이 드라마 한편을 위해 이 같은 정성과 투자를 쏟았다는 사실에 혀를 내둘 정도. 또한 리얼리티를 위해 화면에 등장하지 않더라도 췌장암 수술신에서는 종양의 크기까지 극중 상황과 똑같이 제작해 촬영할 정도로 디테일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또 의사들이 주로 쓰는 영어단어들을 그대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내용을 이해하는데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안 PD는 “지금까지 나온 의학드라마보다는 좀 더 리얼할 것 같다”며 “‘또 그거야?’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내 생각에 ‘또 그거’는 아닌 것 같다. 뭔가 새로운 것을 본다고 생각하고 봐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병원을 무대로 한 인간의 헤게모니와 정치이야기를 다룰 ‘하얀거탑’은 2007년 1월 6일 밤 9시 4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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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이천의 '하얀거탑' 세트장에서 안판석 PD/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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