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철 전 감독의 해설자 데뷔, '기대된다'
OSEN 기자
발행 2006.12.29 08: 43

지난 8월 17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펫코파크. 박찬호(32)가 두 번째 장출혈로 부상자 명단(DL)에 오르기 바로 전 등판으로 상대는 샌프란시스코였다. 그리고 당시 펫코파크 프레스룸에는 메이저리그 연수 중이던 이순철 전 LG 감독이 박찬호의 피칭을 지켜보기 위해 일부러 경기장을 찾았다. 이 경기에서 박찬호는 5⅓이닝 3실점을 기록, 승리 투수 요건을 가까스로 갖췄으나 샌디에이고는 4-3, 1점차 리드를 지켜주지 못했다. 8회 1사 1루에서 모이세스 알루의 도루 때 나온 포수 마이크 피아자의 악송구가 치명적이었다. 이 탓에 1사 3루에 몰렸고, 후속 타자 레이 더햄의 내야 땅볼로 동점이 돼 버렸다. 기록원도 피아자의 송구 에러 판정을 내렸고, 피아자의 '극악' 어깨에 대해 혀를 끌끌 차고 있을 때 이 감독의 견해는 달랐다. "투수 스캇 라인브링크의 잘못이 더 크다"는 것이었다. 퀵모션이나 견제 동작이 미숙해 주자에게 스타트를 완전히 빼앗겼고, 이는 피아자의 성급한 송구로 이어졌다는 분석이었다. 실제 이전까지 알루의 도루가 단 1개도 없었다는 사실은 이 감독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였다. 이렇듯 말주변만 좋은 비선수 출신 해설자들이 간파하지 못하는 부분을 야구를 직접 해 본 사람들은 볼 줄 안다. 하물며 스타 선수 출신에다 감독까지 역임한 이 감독의 안목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런 이 감독의 야구평을 내년에는 기자들만이 아니라 일반 야구팬들도 안방에서 들을 수 있게 됐다. 스포츠 케이블 MBC-ESPN이 김성한 전 KIA 감독과 함께 이 감독을 신임 해설위원으로 선임한 덕분이다. 실제 이 감독은 왜곡된 이미지와는 달리 감독 시절 기자들에게 매우 인기있는 감독이었다. 천성적으로 위트와 언변이 빼어난 데다 '매스컴을 통해 프로야구를 팬들에게 되도록 자주 노출시켜야 한다'는 의무감 비슷한 마인드를 지닌 지도자로 기억된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연수를 거쳐 이 감독은 '하는 야구'가 아닌 '보는 야구'로 야구팬들에게 다시 다가가려 준비하고 있다. 이 감독은 "회사에서 허가만 하면 내년 1월쯤 미국 플로리다 스프링캠프도 돌아볼 참"이라고 밝히는 등 여전히 의욕적이다. 미국에서도 이 감독은 서재응과 추신수를 보러 LA에서 탬파베이까지 날아간 적이 있다. 미국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완전한 '컴맹'이었는데 현지에서 노트북을 마련하더니 나중에는 모 스포츠신문사 기고문을 직접 자료를 찾고 작성하는 수준까지 됐다. 노력파인 이 감독은 "야구팬들에게 보이는 대로 공평하게 정보를 전달해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미국 시절부터 그는 해설하는 데 관심이 있어했지만 "(그럴 경우) 시청자들이 전라도 사투리가 섞인 내 억양을 마음에 들어할지 모르겠다"라며 걱정하기도 했다. 이 감독의 본향은 '필드'이지만 2007년은 왜곡된 이미지를 교정할 수 있는 야구 팬들과의 교감의 시간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이는 야구 팬들에게도 행운이다. sgo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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