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고소영은 위기 상황이다. 20대 시절 개성있는 미모와 상큼한 매력으로 톱스타 대열에 올랐던 이 배우는 2000년대 들어 영화에서 전패를 기록하고 있다. 출연작들의 흥행이 매우 저조했을 뿐아니라 연기에 대한 평도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올해 34살. 미모와 몸매는 여전하지만 눈가 깊은 곳에서 조금씩 나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청춘 스타, 미인 배우의 타이틀에 연연해서는 설 자리를 찾기 힘든 시기를 맞았다. 30대 배우라면 연기와 내공으로 승부를 걸어야하데 지금의 그에게는 바로 이 점이 부족하다. 지난 몇년을 CF 활동에 주력한 업보인 셈이다. 그렇다면 돌파구는 무엇일까? 주연만 고집하지말고 자신에게 딱 맞는 역할의 조연을 찾아볼 시기다. 고소영은 2002년 한석규와 함께 찍은 '이중간첩'이 참패한 후 4년여의 공백기를 가졌다. 그리고 올 여름 공포영화 '아파트'의 주연으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제작발표회 때 인터뷰에서 "촬영장에 처음 가서는 한동안 분위기에 적응하느라 힘들었다"고 밝힐 정도로 공백 기간이 길었는 데 서슴없이 원톱으로 나섰다. 결과는 전국 50여만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톱스타라도 출연작 흥행에서 두 세번 연달아 실패하면 다음 작품 고르기가 힘들어진다. 출연 제의가 줄어들고 특급 감독의 특급 시나리오는 구경조차 어려운 게 현실이다. 어쩔수없이 손에 쥔 시나리오 중에서 출연작을 고르다보면 또 흥행이 부진하고 악순환이 계속된다. 주연을 고집해서 스스로 작품 선택의 폭을 더 좁힐 경우다. 이 점에서 대비되는 배우가 동갑내기 염정아다. 90년대 고소영 보다 인기에서 한 수 아래였던 그는 2003년 '장화, 홍련'의 계모 은주 역 조연을 디딤돌 삼아 확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다음 해 최동훈 감독의 수작 '범죄의 재구성'에서도 강력한 포스를 뿜어내는 꽃뱀 서인경 역할을 맡아 30대 스타다운 연기력을 과시했다. '장화, 홍련'이후 주 조연을 넘나들며 많은 영화에 출연중이고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공교롭게 고소영과 염정아는 2007년 1월4일 각각 자신의 주연작을 개봉한다. 고소영은 유건 조안 이중문 등 신예들과 코미디 '언니가 간다', 염정아는 한석영 원작- 임상수 연출의 '오래된 정원'(2007년 1월4일)을 들고 관객 앞에 선다. 고소영에게는 이번 영화가 갈림길이 될 게 분명하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