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의 '기적'과 삼성 라이온즈
OSEN 기자
발행 2006.12.31 10: 04

2006년을 마감하는 지난 주 한국 프로스포츠계에는 기적같은 소식 하나가 전해졌다. 프로축구단 인천 유나이티드가 2006년, 5억 원이 넘는 이익을 기록했다는 내용이었다. 인천은 111억 90만 2854원을 지출하고 116억 5088만 4470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절대액 기준으로 치면 별 것 아닌 액수일 수 있지만 '프로구단이 돈 먹는 하마가 아니라 합리적 경영 마인드만 가진다면 이익 실현이 가능하다'라는 가설을 최초로 입증했다는 사실에서 가히 혁명적인 사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천의 '기적'과 대극점에 위치한 곳이 있다면 한국의 프로야구판일 것이다. 특히 그 정점에는 삼성 라이온즈가 있다. 삼성이야말로 '몇 백 억 원 적자는 그룹 차원에서 보면 티끌도 아니다. 그러니 적자는 얼마가 나도 좋다. 우승만 해다오'라는 사고방식을 지닌 전형적 구단이다. 심지어 이 구단 CEO인 김응룡 사장은 취임 직후 한 인터뷰에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는 요지의 주장으로 선수들에게 고액 연봉을 안겨줘야 할 타당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이 정도면 거의 구단 최고경영자가 아니라 선수협회장 마인드다. 평균 관중이 지난해보다 더 줄어들었고 "관중 3000명 모아놓고 우승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있냐"는 이만수 SK 코치같은 이의 비판도 있지만 어찌됐든 삼성은 바라던 2년 연속 우승은 이뤘다. 그리고 이 프리미엄으로 삼성의 2007시즌 연봉 감소자는 딱 1명뿐이라고 한다. 60억 타자지만 우승 과정에서 한 게 없는 심정수는 팀 우승 덕에 '마이너스 옵션 삭제'라는 혜택을 받았고 임창용은 2이닝 던지고 내년에도 5억 원(플러스-마이너스 옵션 제외)을 받는다. 그러니 우승하면 할수록 팀 재정 적자는 커지는 기묘한 구조인 셈이다. 혹자는 삼성을 한국의 양키스 내지 요미우리라 하기도 하는데 이 점에서 메울 수 없는 간극이 있다. 아무리 프로스포츠를 홍보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하더라도 그것이 적자 구조 방치의 면죄부는 될 수 없다. 인천처럼 흑자구조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최소한 우리나라 프로스포츠계가 '우승만 하면 얼마를 퍼부어도 좋다'는 거대 그룹간 체면싸움이란 미몽에서 깨어나는 것은 언제일까. sgo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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