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감독들은 해마다 ‘서바이벌 게임’을 벌인다. 한 시즌 성적에 따라 생존 여부가 판가름나고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호성적을 낸 감독들은 주가를 올리며 자리 보전에 성공한다. 반면 부진을 면치 못한 감독들은 재계약을 보장받지 못하는 냉엄한 현실속에 살고 있다. 심지어는 시즌 중간에 철퇴를 맞아 중도하차하는 비운을 맛보기도 한다.
이처럼 살벌한 정글세계에 살고 있는 프로야구 감독들이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기 위해 2007시즌에도 어김없이 각오를 다지고 있다. 2007시즌은 묘하게도 ‘신구(新舊)계약 감독들’의 4:4 대결구도여서 눈길을 끌고 있다. 8개 구단 중 4명의 감독이 새로 계약을 맺고 계약 2년차 이상의 나머지 4명의 감독들과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한마디로 4명의 ‘신계약파’와 4명의 ‘구계약파’간 한 치의 양보없는 일전이 예고되고 있다. 신계약파에는 4년 만에 컴백한 김성근(65) SK 감독을 비롯해 한화와 재계약한 김인식(60) 감독, 현대에서 LG로 옮긴 김재박(53) 감독, 그리고 현대 신임 사령탑에 오른 김시진(49) 감독이 있다. 구계약파는 강병철(61) 롯데 감독, 서정환(52) KIA 감독, 김경문(49) 두산 감독, 선동렬(44) 삼성 감독이다.
이들 신계약파 감독들은 계약 첫 해 호성적으로 팬들과 구단에 깊은 인상을 심어줄 태세다. 2002년 LG 감독에서 물러난 후 일본야구를 거쳐 한국 무대로 복귀한 ‘야신’ 김성근 감독은 SK의 창단 첫 우승과 자신의 첫 정상 등극을 위해 2007시즌을 벼르고 있다. 신계약파 감독 4명 중 유일하게 2년 계약으로 2007시즌이 중요하다.
지난 2년간 한화를 맡아 첫 해 포스트시즌 진출, 2년째 한국시리즈 진출로 한 단계씩 성적을 끌어올린 공을 인정받아 3년 재계약에 성공한 김인식 감독은 내친 김에 한화의 2번째 챔피언 등극을 위해 심혈을 기울일 전망이다. 지난해 3월 WBC에서 보여준 ‘국민감독’의 저력을 다시 발휘할 전망이다.
사상 최고의 대우(3년 계약에 총 15억 5000만 원)를 받고 친정팀 LG 트윈스로 15년 만에 복귀한 김재박 감독은 근년 들어 부진에 빠진 LG호를 살려내야 하는 지상과제를 안고 있다. 올 스토브리그서 100억 원 가까이 쏟아부으며 전력보강에 힘을 기울인 LG를 1994년 우승 후 13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으로 이끌어야 한다.
최고의 투수코치에서 사령탑으로 데뷔하게 된 김시진 감독은 현대호를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도록 가꾼다는 다짐이다. 데뷔 첫 해부터 호성적을 내서 2007시즌 돌풍을 일으킬 생각이다.
‘구계약파’ 감독 중에서는 강병철 롯데 감독이 가장 절박한 2007시즌을 맞을 전망이다. 강 감독은 구계약파 감독 중 유일하게 계약기간이 2년이어서 2007시즌으로 계약이 만료된다. 무조건 호성적을 내야 재계약 여부가 결정된다. 롯데에서만 2번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을 맛본 강 감독으로선 2007시즌을 배수의 진을 치고 맞아야 한다.
서정환 KIA 감독은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로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계약 2년차인 2007시즌은 그 이상의 성적을 올려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 2005년 한국시리즈 진출로 3년 재계약을 이끌어낸 김경문 두산 감독도 2007시즌은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지난해 아깝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 2007시즌을 별러야 한다.
한국시리즈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선동렬 삼성 감독은 8개 구단 감독 중 가장 여유가 있다. 감독 데뷔부터 2년 연속 챔피언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해 5년 계약기간 중 3년차인 2007시즌은 부담이 적다. 그래도 선 감독은 3연패를 노리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신구계약파’ 감독들 중 그야말로 2007시즌 사생결단을 벌여야 하는 감독은 노장들인 김성근 감독과 강병철 감독이다. 김 감독은 2년 계약의 첫 해부터 호성적을 내야하는 부담이 있고 강 감독은 계약 만료 해에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면 재계약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감독들이 4명씩 입장이 갈라지는 2007시즌은 벤치 지략 대결이 팬들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킬 호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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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SK 감독-강병철 롯데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