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스타들의 대결도 뜨거웠던 K-1 다이너마이트
OSEN 기자
발행 2007.01.01 11: 00

그들의 대결도 뜨거웠다. ‘K-1 히어로스’ 챔피언 추성훈(32)이 K-1 다이너마이트 대회서 일본 종합격투기 영웅 사쿠라바 카즈시(38)에게 TKO승을 거뒀던 2006년 마지막 밤. 경기장인 오사카 교세라 돔에서는 두 야구 스타들이 장외 대결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바로 오릭스 바펄로스의 내야수 기요하라 가즈히로(40)와 한신 타이거스의 투수 시모야나기 쓰요시(39). 둘은 각각 추성훈과 사쿠라바의 세컨드를 맡아 자신이 성원하는 파이터들의 승리를 위해 그라운드에서 못지 않은 열전을 펼쳤다.
주도권은 기요하라가 먼저 잡았다. 그 동안 K-1 경기에 심심치 않게 모습을 드러냈던 기요하라는 이날은 K-1 다이너마이트 개막을 선언하면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프로야구 선수 생활 20년째인 2006시즌에야 오사카를 제2 연고지로 하는 오릭스로 돌아왔지만 기요하라는 이 지역 팬들에게는 전설로 남아 있는 선수다. 오사카 PL학원고 재학시절 투수 구와타와 함께 고시엔구장을 휩쓸었기 때문. 기요하라는 고시엔 대회(봄 가을 두 번 열림)에서만 통산 13개의 홈런을 날리며 자신의 재학시절 모교가 우승 2회, 준우승 2회의 위업을 달성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2005시즌을 끝으로 요미우리에서 선수생활을 끝내고 “고향에서 뛰고 싶다”며 오릭스에 입단하자 연일 기요하라의 훈련장을 방문하는 지역팬들의 모습이 일본 매스미디어의 취재 거리가 되기도 했다.
이런 기요하라가 K-1 다이너마이트 개막 선언뿐 아니라 평소 절친한 추성훈의 세컨드까지 맡게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쿠라바 쪽에서 내세운 카드가 바로 시모야나기. 프라이드 초창기 시절 혜성과 같이 등장, 종합격투기계를 휩쓸던 브라질 주짓수 격파의 선봉장임을 자임하며 투지를 보였던 사쿠라바답게 “그렇다면 나도 시모야나기를 데려올까”라는 말을 실현시켰다.
시모야나기는 오사카 지역 팬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한신 타이거스의 에이스. 2006시즌에도 12승(11패)을 거두며 이가와에 이어 팀 내 다승 2위를 차지한 좌완 투수다. 시모야나기는 사쿠라바와 나란히 타이거 마스크를 쓰고 등장하는 깜짝쇼를 연출했다. 링에 오르기 직전 마스크를 벗었을 때 사쿠라바 옆에 서 있던 사나이가 바로 시모야나기였던 것.
기요하라는 추성훈이 사쿠라바의 로블로에 맞아 한 동안 코너에 의지한 채 컨디션을 회복하려 애쓰는 모습을 보이는 장면에서 걱정스런 표정을 짓기도 했지만 끝내 기쁨을 만끽했다. 추성훈이 사쿠라바에게 무수한 파운딩을 퍼부은 끝에 1라운드 5분 37초 만에 TKO를 이끌어 내자 뜨거운 악수로 축하를 보냈다.
반면 레프리에게 추성훈의 몸상태 점검을 요구했다 받아들여 지지 않았던 사쿠라바는 격렬한 항의 끝에 보도진들의 질문에도 ‘노 코멘트’로 일관하고 무대를 떠났다. 이로 인해 시모야나기로서도 모처럼의 격투기 무대 나들이가 찜찜하게 끝난 셈이다.
이날 장외대결서 일방적인 ‘승리’ 를 거둔 기요하라가 그럼 그라운드에서는 시모야나기를 상대로 어떤 성적을 거두었을까. 2006시즌 둘은 딱 한 차례 맞대결을 펼쳤다. 지난해 6월 16일 고베 스카이마크 구장에서 열린 인터리그 오릭스-한신전에 둘 모두 선발로 출장했다. 첫 타석에서 볼넷을 얻어냈던 기요하라는 두 번째 타석에서는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4회 세 번째 타석에서는 좌전안타를 날렸다. 2타수 1안타에 볼넷 하나이므로 기요하라의 판정승.
기요하라가 같은 센트럴리그 요미우리에 소속돼 보다 맞대결 기회가 많았던 2005 시즌 역시 양상은 비슷했다. 기요하라는 한 시즌 동안 시모야나기를 상대로 7타수 3안타 1타점, 볼넷과 삼진 1개씩을 기록해 강한 면모를 보였다. 이 해 기요하라의 시즌 타율이 2할1푼2리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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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요하라-시모야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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