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슈]신인 수급제도 이대로는 안된다
OSEN 기자
발행 2007.01.02 12: 43

어정쩡한 제도가 낳은 기형적인 현실. 현재 한국 프로야구의 신인 수급제도를 한 마디로 묘사하면 이쯤 될 것이다.
2001년 SK 와이번스가 쌍방울 레이더스를 인수하는 형식으로 창단하게 되면서 신인 수급제도에도 근본적인 문제점을 던졌다. 당시 어떻게든 연고지를 수도권으로 잡으려고 했던 SK와 신생팀 창단을 계기로 프로스포츠의 황금 어장인 서울 입성을 노리던 현대 유니콘스의 의지, 거기다 ‘신생팀이 거저 서울에 들어오는 꼴은 못보겠다’는 나머지 구단들의 입장이 버무려진 결과였다.
SK 창단과 함께 프로야구 규약도 바뀌었다. 도시연고제가 채택된 것이다. 적어도 프로야구를 창단하려는 구단들은 기존 구단들이 있는 서울, 부산과 나머지 광역시를 제외한 어느 곳이든 마음대로 연고지로 삼을 수 있게 됐다. 당장은 SK 창단과 함께 2~3년 후 서울에 전용구장을 만들고 입성하겠다는 현대가 수원을 임시연고지로 삼을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구단들은 또 하나 복잡해질 수도 있던 문제는 그냥 덮어 버렸다. 연고지제도가 변경되면 반드시 함께 손을 봐야 했던 신인 수급제도는 그냥 놔뒀다. 기존에 있던 대로 광역연고권을 그대로 유지했다. 예를 들어 삼성 라이온즈의 연고지는 대구로 축소됐지만 신인 지명에서 우선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역은 종전처럼 대구와 경북을 그대로 인정한 것이다. 만약 SK에 이어 다른 구단이 새로 창단될 경우 첨예하게 맞설 수 밖에 없는 문제가 내포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창단을 기준으로 하면 도시연고제, 신인 수급에서는 여전히 광역연고제’라는 앞뒤가 맞지 않는 규약이 지금까지 존속되고 있다.
제도적인 문제점에다 현실적인 문제까지 겹쳤다. 2~3년 내 서울로 연고지를 옮길 것이라던 현대가 아직도 ‘임시연고지’ 수원에 머물고 있다.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인프라인 야구장 건설이 용이하지 않았던 데다 모그룹의 사세가 급격히 축소되는 바람에 이삿짐 옮기다 말고 주저 앉은 꼴이 됐다.
거기다 현대는 SK로부터 인천 연고지를 내주는 대가를 받아낸 뒤 반대로 연고지를 나눠주게 되는 두산 LG에는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현대는 2003년 신인 지명부터 우선지명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천상 서울 출신 선수들을 대상으로 우선지명권을 행사해야 하지만 서울의 두 구단은 ‘먼저 돈 내고 뽑아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현대는 그럴 만한 여력이 없어 겨우 8개 밖에 안되는 구단 중 한 구단이 몇 년째 우선지명을 하지 못하는 기막힌 일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그 동안 현대가 우선지명이 아닌 드래프트에서 숨은 재목들을 잘 가려내 짭짤하게 써먹은 것과는 별개의 사안이다).
또 하나의 현실적인 문제점은 지역적 편중이다. 현재 프로야구는 각 구단이 연고지에서 2명의 신인을 우선지명할 수 있다. 여기서 지명 받지 못한 선수들은 드래프트 시장에 나오고 각 구단은 전년도 성적의 역순에 따라 지명을 하게 된다. 하지만 최근 삼성 라이온즈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연고지 출신 선수들 중에서 우선지명권을 행사할 만한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푸념이다.
전국 고교야구 전력의 절반이 모여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서울 연고의 두 구단과 상대적으로 자원이 풍부한 롯데 기아 등은 2006신인지명부터 우선지명권 한 장이 늘어나게 된 것이 반갑겠지만 신인 우선지명권과 관계가 없는 현대는 물론 삼성 한화 SK의 경우 별로 바랄 것이 없다.
어떤 제도가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면과 실질적인 면 모두에서 공정성(공정하다는 것은 평등과는 다른 개념이다)을 가져야 한다. 여기에 프로 스포츠라면 전체의 수준을 높이는 쪽으로(그래야 해당 프로 스포츠의 흥행이 담보된다)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창단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도시연고제를, 신인 수급에는 광역연고제를 채택하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고 현실적으로 특정 구단에는 너무 불리하게 적용되는 현재의 신인 수급제도는 어떤 식으로든 손봐야 한다(단도직입적으로 말해 현대가 신인 우선지명권을 몇 년째 행사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 자승자박의 결과지만 그렇다고 마냥 방치해 극심한 전력 불균형으로 이어지거나 삼성이 신인 수급으로 기할 수 없는 전력 상승을 FA 사냥으로 이루겠다고 나설 경우 프로야구 시장은 또 교란되게 된다. 인천을 비롯해 팀이 많은 SK는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한화 역시 현재 제도가 유리한 것은 아니라고 볼 때 적어도 절반의 구단은 현재 신인 수급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해 신인 수급제도를 개선할 때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전면 드래프트의 수용이다. 메이저리그뿐 아니라 이웃 일본도 이제는 사실상 전면 드래프트를 실시하고 있다. 일본의 신인 수급제도는 1950년 양리그 분리 이후로 따져도 크게 10회 정도 변화를 겪었다.
한 동안은 프로야구판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던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유리한 대로 혹은 요미우리의 횡포를 막기 위해 제도가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2005년 고교생, 대학생-사회인 드래프트 제도를 정착시켰다. 먼저 고교생에 대한 드래프트를 실시하고 한 달쯤 후에 대학과 사회인야구 출신 선수들을 대상으로 드래프트를 갖는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는 각 구단이 드래프트 전에 2명 이내로 자유획득선수와 계약이 가능했다. 이를 없앴으니 비록 고교생과 대학-사회인선수로 나뉘어지긴 했지만 전면 드래프트 제도가 정착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굳이 고교생과 나머지를 구분한 것은 프로스 카우트의 눈길을 받지 못했지만 나중에 재능을 보이는 선수들의 발굴하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1차 지명에서 중복지명이 나올 경우(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괴물투수 쓰지우치와 같이)에는 추첨을 통해 우선 순위를 결정한다.
전면 드래프트 시행에 대해 국내의 일부 구단에서는 ‘가뜩이나 열악한 유소년 야구 등 아마야구에 대한 지원이 끊길 수 있다’거나 ‘그 동안 연고지의 아마 팀 지원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논리로 반대 의견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아마야구 지원에 대한 시각 자체를 교정해야 한다. 아마야구에 대한 지원은 ‘내 팀에서 필요한 자원을 데려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전체 야구판을 키운다’는 것이 돼야 한다. 프로 팀들이 아마추어 팀에 금전이나 장비를 지원하고 프로 선수들이 아마 선수들을 지도하는 것(그나마 한국에서는 이것도 제대로 없지만)은 프로 팀의 이미지를 높이고 나아가 전체 야구붐을 위한 것이어야 하지 얄팍하게 내 팀이나 잘 되자는 계산으로 해서는 곤란하다.
물론 아마야구 육성과 관련 아예 연고지에서만 신인 선수 수급이 가능하게 하자는 주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초등학교 야구부에 등록한 것을 기준으로 연고권을 인정하게 한 후 각 구단이 알아서 지역의 아마추어 야구 육성에 나서도록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는 현행 규약이 도시연고제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 프로야구 구단에게 아마추어 야구까지 다 책임지게 할 논리적, 현실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문제점이 많다고 여겨진다.
제도라는 것은 현실을 충실히 반영하면서도 좀 더 이상적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했을 때 올바른 것으로 평가 받을 수 있다. 현재의 신인 수급제도는 선수의 수급을 왜곡시키고 있고 공정성을 담보하지도 못한다는 점에서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한국보다 먼저 프로야구를 실시한 미국이나 일본의 예를 봐도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전면 드래프트의 실시다. 이를 중심으로 한 진지한 논의가 새해 한국 프로야구판에서도 꼭 있어야 한다.
박승현 기자 nanga@osen.co.kr
KBO 이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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