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언론 잇딴 '지토 때리기' 왜?
OSEN 기자
발행 2007.01.03 05: 57

[OSEN=로스앤젤레스, 김형태 특파원] 메이저리그 투수 역사상 최고액을 확보한 배리 지토(29) 계약이 연일 미 언론의 집중타를 맞고 있다. 지토가 샌프란시스코 입단 대가로 확보한 7년 1억 2600만 달러 딜에 대해 "이번 겨울 최악 계약" "샌프란시스코의 결정적 오판" 등 비난하는 기사가 속출하고 있다.
지토가 이번 겨울 FA 최대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지만 대체적인 분위기는 '샌프란시스코가 결정적 악수를 뒀다'는 데 모아진다.
이미 계약 성사 전 "지토는 생각만큼 대단한 투수가 아니다"고 햇던 롭 나이어(ESPN)에 이어 데인 페리(FOX스포츠), 그리고 토론토 블루제이스 단장 보좌역 출신으로 현재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키스 로 등이 줄줄이 '지토 (계약) 때리기'에 동참했다.
이들이 지적하는 사안은 한결같다. 돈도 돈이지만 투수에게 7년 계약을 안긴 것부터가 바보 같은 행동이라는 것이다. 케빈 브라운과 마이크 햄튼의 예를 두고 볼 때 5년 이상 장기계약은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샌프란시스코가 간과했다는 것이다.
지난 1998년 7년 1억500만 달러에 LA 다저스에 입단한 브라운은 계약기간 말년 '애물단지' 취급을 받으며 쓸쓸히 유니폼을 벗었다. 2001년 콜로라도로부터 8년 1억 2100만 달러를 확보한 햄튼은 각종 부상에 시달리면서 최근에는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존재로 전락했다.
타자와 달리 투수는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다. 과거 성적을 토대로 미래 성적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타자와 달리 투수는 워낙 변수가 많은 포지션이어서 당장 내일 일을 알 수 없다는 게 야구통계에 조금이나마 밝은 인물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공교롭게도 지토 계약에 비난을 주저 않는 인물 대부분은 통계 전문가들이다. 야구 통계의 권위자 빌 제임스 연구실에서 성장한 나이어는 물론 역시 숫자에 능통한 페리, 그리고 메인스트림 야구계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잡지 의 창립자인 로 모두가 세이버메트리션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올해로 29세로 정점을 넘어선 데다 최근 3년간 4점대 방어율에 그쳤으며 투수에게 유리한 매카피 콜리세움과 그렇지 않은 AT&T 파크의 차이를 샌프란시스코가 전혀 감안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일반적인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과는 시각이 다르다. 타고난 신체 능력인 '툴(tool)'에 집착하는 스카우트들의 평가는 이들과는 차이가 있다. 오히려 "지토는 매년 200이닝과 15승이 가능하다"면서 '꾸준함'에 방점을 찍는다.
지토는 지난해에 비해 올해 각종 지표에서 성적의 하락을 경험했다. 탈삼진 숫자(171-151)가 떨어졌고 볼넷(89-99)과 피안타(185-211)는 늘어났다. 이 때문에 투수의 능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인 WHIP(이닝당 볼넷과 안타 허용 수치)가 1.20에서 1.40으로 급격히 뛰었다. 풀타임 6시즌 동안 기록한 수치 중 최악이었다.
FA 몸값은 실력 보다는 시장 환경에 좌우되는 게 보통이다. 이번 겨울 역시 다르지 않다. '그저 그런' FA 선수들의 몸값이 치솟는 경향을 보이자 '투수 최대어'로 꼽힌 지토의 몸값도 덩달아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샌프란시스코의 말못할 고민도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리그 '톱5' 안에 꼽힌다고 볼 수 없는 지토 한 명을 위해 연평균 1800만 달러씩 7년 '선물'을 안긴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장기계약을 얻은 투수들이 몸값을 해낸 경우가 극히 드문 점을 감안할 때 지토가 과연 몸값에 상응하는 활약을 계약 기간 내내 해낼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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