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 전세계 야구 팬들은 일본 프로야구에서 특급 선발 투수로 맹활약하던 마쓰자카 다이스케(27)가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초대형 계약’을 이끌어낸 것에 깜짝 놀랐다.
명문 구단인 보스턴 레드삭스가 포스팅시스템 사상 최고액인 5111만 달러를 전 소속팀 세이부 라이온즈에 주기로 하고 독점 교섭권을 획득한 뒤 마쓰자카와 6년 계약에 총액 5200만 달러로 입단을 성공시킨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세계 최고라는 메이저리그에 단숨에 초특급 대우를 받으며 첫 발을 내딛은 마쓰자카는 또 한 번 일본 팬들을 놀라게 했다. 대박계약으로 일거에 ‘억만장자’가 된 마쓰자카가 일본야구 발전을 위해 야구교실을 이례적으로(우리 눈에는) 연다는 것이었다.
야구로 돈을 번 마쓰자카가 고국의 후학들이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되기 위해 유소년 야구에 관심을 보인 것이다. 제2, 제3의 마쓰자카를 탄생시키기 위한 발판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마쓰자카의 유소년 야구 발전에 대한 관심을 보면서 한국야구를 생각하면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한국야구에서도 한국인 첫 빅리거인 박찬호가 유소년 야구 발전을 위해 대회를 개최하기도 하고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매우 미약한 실정이다.
특히 프리에이전트(FA) 제도가 도입된 후 일반인들은 평생 만져보지도 못할 거액을 받는 선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유소년 야구에 관심을 보이며 나서는 경우를 많이 보지 못했다. 수십 억 원의 목돈을 받게 된 선수들이 불우이웃돕기 등에 1000만~2000만 원을 내놓거나 유소년 야구 장학금 기증 등 선행활동을 하는 경우는 꽤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야구 발전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은 없는 실정이다.
한국 실정상 거액을 흔쾌히 야구에 재투자하라는 말은 하기가 쉽지 않다. 마쓰자카처럼 빅리그서 수천 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선수는 그에 걸맞게 큰 돈을 내놓을 수 있지만 아직 우리 선수들에게 그 정도를 바라기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유소년 야구 선수가 점점 줄어들어 한국야구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야구로 돈 을 번 스타들이 나서야 할 시점임은 분명하다. 한국 스포츠계에서 야구와 쌍벽을 이루고 있는 축구의 경우를 볼 때 더욱 그렇다.
현재 한국축구는 시설과 선수 숫자에서 야구를 압도한다. 월드컵을 치르면서 최신식 구장을 전국적으로 갖췄고 유소년 선수 등 앞으로의 희망이 보이는 것이 축구이다.
선수 숫자를 비교하면 야구는 초중고 및 대학, 그리고 프로선수까지 모두 합해 5000여 명에 불과하지만 축구는 10배가 많은 5만 여 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야구 유소년 선수 숫자는 1490여 명인데 반해 차범근 축구교실 등록 선수가 1400여 명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야구 유소년 선수 전체가 축구의 한 유명스타 출신 축구교실 선수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축구계서는 뿌리를 완전히 내린 차범근 축구교실을 비롯해 사재를 털어 훈련 시설과 숙소를 건립한 김희태 축구센터 등 스타 출신들이 자신의 이름을 건 축구 교실을 운영하며 꿈나무들을 키워가고 있다.
물론 야구도 이전부터 야구교실이나 클럽시스템인 리틀 야구단이 운영되고 있기는 하다. 부산의 마린즈 리틀야구단, 삼성 라이온즈의 리틀 야구단 등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또 1990년대에는 유명 스타 출신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걸고 리틀 야구단을 운영하기도 했으나 유명무실해졌다. 대신 순수한 리틀 야구단이 자생적으로 하나둘씩 생겨나 운영되고 있다.
이전 야구 교실들은 운동장을 구하기가 어려웠던 데다 대부분 영리를 목적으로 조직되고 운영되다보니 적자를 보게 되면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았다. 지나치게 영리를 추구하다보니 학부모들의 부담이 적지 않았다. 최소한의 운영비만 받았으면 지속되고 더 늘어날 여지가 있었지만 안타깝게 사라져갔다.
이런 이유에서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스타 출신들이 나서야 하는 것이다. 일단 소규모로 실비만 받으면서 클럽시스템으로 운영하게 되면 큰 경비가 소요되지도 않는다고 한다. 야구계에도 '차범근 축구교실'처럼 자신의 이름을 달고 책임을 지는 유명 스타의 야구교실이 생겨나야 할 시점이다.
야구로 돈을 번 스타들이 이제는 야구계 발전에 한 몫을 거드는 한 방안으로 야구교실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휴식일이나 비시즌에는 자신이 직접 야구교실에 나가서 지도하면 어린 선수들이 꿈을 갖고 야구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걱정되는 유소년 야구 선수 숫자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 확실시 된다.
그 중에서 재능이 있는 선수는 본격적으로 야구 선수의 길을 밟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야구를 즐기는 골수팬으로 성장할 것이기에 '유소년 야구 활성화'가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상황인 것이다. 우리네 FA 대박을 터트린 선수들이 야구교실 운영에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박선양 기자 sun@osen.co.kr
박찬호 야구 장학금 수여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