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는 풍토상 감독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그러나 그 감독의 임면권을 쥐고 있는 곳이 프런트다.
전반적으로 한국 야구판은 제너럴 매니저(단장)와 필드 매니저(감독)의 영역을 구분하는 메이저리그와 달리 감독이 단장의 영역까지 상당부분 도맡는 경우가 보편적이다. 특히 선동렬(삼성)이나 김재박(LG) 같은 화려한 경력의 감독을 보유한 팀일수록 그렇다.
이 관점에서 신필렬 전 삼성 라이온즈 사장은 그 유명한 '병원론'을 남겼다. '병원에서 의사가 주인이듯 야구단에서는 감독이 주인'이라는 논리로 비전문가인 프런트가 전문가인 감독에게 절대로 간섭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실제 삼성은 신 사장-김응룡 감독 체제 하에서 2002년 숙원의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이뤘다. 이후 김응룡 사장-선동렬 감독으로 체제는 바뀌었으나 '병원론'은 큰 틀에서 지켜지고 있다.
LG 트윈스 역시 창단 초기에는 구본무 구단주가 '비전문가 불개입론'을 펼쳐 1990,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런 요인이 작용해서인지 한국에서는 '감독을 흔들면 안 된다'는 명분 아래 프런트의 적극적 행보를 백안시하는 성향이 지금까지도 강하다.
이 와중에 SK 와이번스 프런트는 LG, 삼성과는 조금 다르게 최근 '극장론'을 들고 나왔다. '감독과 선수(배우)가 팬(관객)들에게 양질의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도록 프런트는 무대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논리다.
제작자 격인 프런트는 감독을 상대로 야구에 관한 부분은 원칙적으로 개입하지 않지만 팬 서비스 등 홍보 측면은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방식을 취한다. SK가 최근 실시한 '스포테인먼트 교육'에 김성근 감독이나 이만수 수석코치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밖에 타 구단에 비해 롯데 프런트는 내실 경영에 신경을 쓰고, 현대 프런트는 큰 인력 변동없이 10년 이상의 노하우를 쌓아서인지 선수단 운영이나 홍보에서 발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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