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사시', 시청률 대신 '명품드라마' 얻었다
OSEN 기자
발행 2007.01.05 09: 05

MBC 수목미니시리즈 ‘90일 사랑할 시간(이하 구사시)’이 쓸쓸한 퇴장을 맞았다.
1월 4일 방송된 마지막회는 지석(강지환)이 결국 미연(김하늘)의 품에서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그 혼령이 사랑하는 사람들 주위를 돌아다니며 행복을 빌어주고 떠난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결말을 맺었다.
첫 회부터 9.0%(TNS미디어코리아)의 시청률로 힘겹게 시작했던 ‘구사시’는 결국 마지막회가 4.8%를 기록하며 절반에 가까운 수치로 떨어졌지만 마니아 팬층을 확보하며 끊임없이 ‘명품드라마’라는 칭호를 얻었다.
‘구사시’는 사촌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이어 불륜이라는 파격적인 소재설정으로 초반부터 시선을 모았으나 KBS '황진이’와 SBS ‘연인’의 꾸준한 인기, 그리고 톡톡 튀는 스타일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이 눈물을 쏙 빼놓는 멜로드라마에 식상함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점점 외면받았다. 주인공 강지환 조차 언론사에 보낸 편지를 통해 "시청률 때문에 연기하면서 많이 힘들었다"고 고백했을 정도.
그러나 신기한 것은 홈페이지 시청자게시판을 둘러보면 하나같이 “감동적이다”, “내 생애 최고의 작품이다” 등 줄곧 극찬이 끊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시청률이라는 잣대로 프로그램을 평가하는 국내 현실로 봤을 때 ‘구사시’는 분명 실패한 작품임에 틀림없지만 멜로드라마에 목말라있었던 시청자들에게는 그야말로 최고의 작품으로 기억남을 ‘명품드라마’로 손꼽히게 된 것이다.
과거에 시청률은 낮았지만 마니아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몇몇 작품들과 같이 현 시대적 취향으로 인해 빛을 보지는 못했지만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대사와 음악, 그리고 불륜을 거북스럽지 않고 아름답게 포장한 영상미 등으로 결코 헛되지 않은 결과물을 얻었다.
시청률을 쫓아 요즘의 트랜드에만 맞춰 제작을 진행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일부시청자들의 볼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탄생되는 것도 드라마 발전을 위해 꼭 실행돼야할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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