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여유’. 선동렬(44) 감독에게서 풍기는 인상이다. 2005년 삼성 라이온즈 지휘봉을 잡은 이후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정상에 우뚝 섰으니 그럴 법도하다.
선 감독은 직설적이고 카리스마가 넘친다. 좀체 에둘러 말하는 법이 없고 선수들에게도 직접화법으로 다그친다. 한국 프로야구 최고투수 출신이라는 배경과 함께 삼성 사령탑에 앉은 후에 쌓아올린 성적이 그의 자신감을 더욱 다져놓았다. 우승의 덤으로 삼성 구단의 배려로 연봉도 2억 원에서 올해 8개 구단 감독 중 최고대우인 3억 5000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
2006년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대표팀 코치로, 시즌 후에는 우승팀 삼성 선수단을 이끌고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에 다녀오는 등 고단한 한 해를 보냈다. 작년 12월에는 지인들과 만나면 시즌 중 입에 대지 않았던 술잔도 곧잘 기울였다. 지난 4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열린 감독자회의 석상에 나타난 선 감독은 아주 활기차 보였다.
-한국시리즈 3연패 전선에 이상은 없는가.
▲글쎄, 우리는 전력보강이 전혀 안된 데다 배영수가 이탈하는 바람에 사실 걱정은 걱정이다(짐짓 우는 소리는 했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
-마운드 높이, 스트라이크존 변경, 공 크기 조절 등, 투수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기술적인 부분들이 손질됐다. ‘지키는 야구’삼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 틀이야 어디가겠나. 팀 컬러도 많이 바뀌지 않을 것이다. 다만 여태껏 투수력 강화에 역점을 뒀지만 이제는 공격력 보강에 신경을 기울이겠다.
-어떤 선수들에게 기대를 거는가.
▲투수진에서는 권혁과 임창용, 타자 가운데 조동찬 조영훈 김한수 등이다.(김한수를 거명한 것이 다소 뜻밖이어서 재차 묻자) 김한수는 작년에 기대 이하였다. 그래서 올해는 본인도 분발할 것이라고 본다. (부상으로 장기 결장했던) 심정수도 작년보다는 낫지 않을까.
-올해 베이징올림픽 예선이 야구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선 감독이 유력한 대표팀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듯한데.
▲(손사래를 치면서 강한 거부 반응)8개 구단 감독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린 내가 맡을 수 있나. 생각해 본 적이 전혀 없다. 정 필요로 한다면 보조(코치를 말하는 듯)는 할 수 있다.
-도하아시안게임 ‘참변’을 지켜보면서 느낀 점은.
▲사실 김재박 감독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고 본다. WBC에서 일본을 두 차례나 꺾을 수 있었던 것은 해외파들이 잘해준 덕분이다. 시기적으로 안좋았던 데다 준비 과정이 부족했다.(김재박 감독을 옹호하면서도 선수들은 강하게 질타했다) 태극마크를 다는 선수들은 긍지를 가져야 한다. 특히 프로선수들은 개인플레이를 하면 안된다. 내가 대표라는 점을 가슴 속 깊이 새겨야한다. 김인식 감독이 WBC에서 특별히 사인을 잘 내서 4강에 오르고, 김재박 감독이 사인을 잘 못내서 성적이 나쁜 것이 아니다(선수들의 사명감을 강조하는 이 대목에서 선 감독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만약 대표팀 감독을 맡는다면.
▲(재차 강한 도리질)한 번도 감독을 맡는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대표팀을 어떻게 꾸려간다든지 그런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다만 대표팀을 맡는 감독은 아무래도 자기팀 운영에는 다소 지장을 받을 것이다.
-임기 중에 국내 FA 선수 영입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공언은 여전히 유효한가.
▲그렇다.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 있는 삼성의 전력은 작년에 비해 약화돼 있다. 배영수를 전력외로 제쳐놓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특히 뼈아픈 대목이다. 그렇지만 선 감독은 자신의 야구 색깔은 그대로 살려나가되 환경이 바뀜에 따라 공격적인 부분에 무게중심을 두고 3연패를 향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삼성은 2005년 시즌 창단 이후 처음으로 3할대 타자(규정타석 이상)를 단 한 명도 배출해내지 못했다. 2006년에도 노장 양준혁이 유일하게 3할대 타율을 달성했을 뿐이다. 선 감독은 급기야 작년 시즌 후 박흥식 타격코치를 2군으로 내려보내고 이종두 코치를 불러올리는 충격 요법을 단행했다.
선 감독이 마운드, 특히 불펜과 마무리에 비중을 두고 팀을 꾸려갈 수밖에 없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상대적으러 약화된 타력으로 인해 선택한 방법일 것이다. 삼성을 가운데 두고 나머지 7개 구단이 총공세를 펼치는 양상으로 전개될 2007시즌에 선 감독이 어떤 묘책으로 난관을 헤쳐나갈지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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