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가 스토브리그다워야 스토브리그인데...
지금까지의 스토브리그 진행 상황만 따지면 한국 프로야구의 8개 구단 감독과 프런트에는 낙관론자들만 있는 듯하다. FA 투수 박명환이 LG로 옮기고 그 보상선수로 두산이 신재웅을 지명한 정도를 제외하면 인력 이동이 전무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있다면 용병의 이적(현대 서튼의 KIA행, SK 카브레라의 롯데행, 삼성 하리칼라의 LG행)이나 변동 정도다.
반면 구단간 트레이드는 삼성-롯데의 신명철-강영식 트레이드 이후 없다. 지난해 LG-KIA가 벌인 마해영-장문석 트레이드 같은 '빅딜'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현 전력으로 우승이 가능하다'는 낙관적 판단에 근거하기 보다는 '괜히 다른 구단 좋은 일 시킬지 모른다'는 비관론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편이 더 타당할 듯하다. 지난해 우승팀 삼성만 봐도 "타선 개혁을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용병은 투수로만 뽑는 등 이율배반적이다.
상대적으로 한국야구판은 메이저리그에 비해 우리 팀의 약한 부분을 메우기 위한 용도보다는 미운 털 박힌 선수를 용도 폐기할 때 트레이드 카드를 꺼내는 경우가 많다. 또 구단 경영이 모그룹의 지원에 의존하는 '기생구조'이다 보니 (모그룹이 기울지 않는 한) 구단 재정을 건전화시키기 위해 고비용 저효율 선수를 내보내는 경우도 사실상 없다.
단장 이하 프런트는 손을 놓고 있고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감독은 '제로섬 게임'이 될지 모를 트레이드에 극히 소극적이다. 필연적으로 거품이 잔뜩 끼어있는 구조임에도 FA 선수 가치가 폭등하는 주요한 이유도 여기에 자리한다. 8개 구단이 '우리도 아쉽지만 상대팀 좋은 일은 못 시켜준다'는 마인드를 공유하는 식이라면 '제2의 이용규' 탄생은 정말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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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프로야구 감독 기자간담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