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수배극 ‘그놈 목소리’, 영화의 새로운 기능 추가하나?
OSEN 기자
발행 2007.01.08 07: 52

지금껏 많은 영화들이 제작됐다. 영화들의 기능을 딱 잘라 정의할 수는 없지만 영화는 쉽게 현실을 대변 혹은 반영하는 ‘사회성’과 보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오락성’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 ‘그놈 목소리’는 사회성과 오락성으로만 구별하기에 다소 모호한 점이 있는 영화다.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하면서 영화로서 사람들에게 보여진다는 점에서 사회성과 오락성을 모두 갖추고 있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놈 목소리’는 영화를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적극적인 성격을 띄고 있다.
‘그놈 목소리’를 정의하는 단어는 바로 현상수배극이다. 실제 유괴사건을 영화로 표현했지만 결국 이 영화가 하고 싶은 말은 ‘반드시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2006년 1월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된 사건이지만 이 영화를 통해 공소시효를 떠나 계속해서 범인을 추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박진표 감독과 주연배우 설경구, 김남주가 입을 모아 ‘그놈 목소리’를 “미완성 영화’라고 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이들이 말하는 영화의 완성은 실제 이형호 유괴사건의 범인을 잡을 수 있도록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꼭 잡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영화가 지금껏 이런 경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영화는 태생적으로 사회와 소통하는 부분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영화는 이를 소극적으로 표현했다. 영화를 보고 단지 느끼는 것으로만 만족하는 것이다.
때문에 ‘그놈 목소리’는 관객들에게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공산이 크다. 영화를 보고 얻어야 할 즐거움 대신 아이를 유괴당해 극한의 상황에 몰린 아이 부모를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 분노의 감정을 느끼고, 그 분노가 행동으로 연결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다.
제작진과 배우들이 입을 모아 범인 검거를 외치는 만큼 뚜렷한 성과가 있다면 ‘그놈 목소리’는 그제서야 영화가 완성이 되는 것이다. 그들이 바라는 것처럼 우리사회는 과연 ‘그놈 목소리’라는 영화를 완성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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