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기 영화관련 사이트 가운데 하나인 AICN(Ain't It Cool News)이 2006년 톱10 영화 가운데 5위로 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뽑아서 화제다. 지난해 여름 국내 개봉에서 1300만명 관객을 끌어모아 역대 흥행 1위에 오른 영화지만 아시아 투어는 별 재미를 못봤다. 반미 색채가 강한 이 영화가 2007년 북미 지역 개봉을 앞두고 갑자기 화제에 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했다.
AICN의 경우 운영자인 해리 놀스는 아시아 영화, 특히 한국쪽에 강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2002년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과 다음해 '올드 보이'를 연속 1위로 뽑은데 이어 2004년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에게도 선두 주자의 영예를 안겼다. 영화쪽에서는 한마디로 친한파이자 한국통인 셈이다.
그는 2006년 자신의 톱10 영화를 소개하는 란을 통해 '괴물' 리뷰를 이렇게 썼다. '나는 이 필름을 사랑한다. 대개 내가 어느 한국 영화를 사랑할 때는 리스트 톱(1위)으로 올리곤 한다. 대개 한국이 내놓는 영화는 그 해 최고의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역대 한국영화 최다관객 동원작으로서는 오히려 대접을 제대로 못받은 셈이다. 해명은 했다. 올해 자국 영화들이 워낙 강세여서 그랬다고.
대신 '조스'이후 최고의 괴수 영화라는 찬사를 던졌다. 많은 평론가들이 '괴물'을 '조스'와 비교하지만 놀스 자신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명작 '미지와의 조우'(1977년)'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관객들에게)아직 이 영화를 볼 기회가 주어진 사람은 극히 적겠지만 '괴물'은 한강에서 괴수가 툭 튀어나오는 정도 이상의 뭔가를 안겨줄 것'으로 추천을 했다.
'괴물'의 미국 프리미어 때 미국 언론들이 주로 질문했던 반미 성향에 대해서도 다른 견해를 냈다. '이 영화에는 정부의 음모과 미국에 대한 불신이 나오지만 한국 정부에 대한 표현도 똑같다'고 했다. 현대 국가 구조와 그 시스템 전체를 풍자한 봉 감독의 내러티브를 제대로 짚었다.
흥행에 비관적인 예상도 곁들였다. '영화는 많은 것을 담고 있지만 한국 문화에 익숙치않은 미국인들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구석이 많다'고 지적했다. 국제화된 일본과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고 했다. '한국인은 감정 표현에 직접적이고 과장되며 너무 풍부하다'며 '이 영화에서 가족이 통곡하는 장면들은 전혀 코믹하지 않고 리얼하다'고 적었다.
이 사이트가 선정한 2006년 톱 10은 다음과 같다. 1위 '판의 미로', 2위 '블랙 스네이크 모운', 3위 '칠드런 오브 맨', 4위 '300', 5위 '괴물', 6위 '천년을 흐르는 사랑', 7위 '록키 발보아', 8외 '디파티드', 9위 '이포칼립토', 10위 '해칫' 등이다.
mcgwire@osen.co.kr
영화 '괴물'의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