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거탑’, “삼각관계 없이도 되네” 새 지평
OSEN 기자
발행 2007.01.08 08: 52

MBC TV 주말특별기획드라마 ‘하얀거탑’(이기원 극본, 안판석 연출)이 드라마를 즐겨보는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그 동안 TV 드라마가 보여주던 공식과는 전혀 다른, 새 지평을 열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으레 이래야 된다는 생각을 바꾸게 할 정도로 새로운 요소들로 가득하다.
우선 ‘하얀거탑’에는 그 흔하디 흔한 삼각관계가 없다. 한 여자를 두고, 또는 한 남자를 두고 두세 사람이 필사의 사투를 벌이는 모습은 현대극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ABC처럼 여겨졌다. 모두들 사랑에 목숨 건 사람들처럼 오로지 사랑만을 위해 숨쉬고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하얀거탑’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대부분 이미 유부남이다. 장준혁(김명민 분)도 최도영(이선균 분)도 이미 가정이 있다. 일단 ‘사랑놀음’이 주가 될 배경은 아니다. 그렇다고 유부남의 불륜이 핵심이 되는 것도 아니다.
원작에는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이윤진(송선미 분)이 최도영을 좋아하게 되는 설정이 있다. 하지만 이 설정은 유부남을 좋아해 가정을 깨거나 불륜을 일으키는데 초점이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젊은 여성의 유혹에 대응하는 최도영의 인간적인 면을 강조하는 기능으로 활용될 뿐이다. 유부남 장준혁의 곁에 애인 강희재(김보경 역)가 있기는 하지만 역시 애정적 갈등보다는 준혁의 정보창구 구실이 더 크다.
또한 ‘하얀거탑’에는 예쁘게만 나오려 하는 젊은 여배우도 없다. 지금까지 봐 온 우리나라 멜로드라마의 공식에는 한눈에 봐도 섹시한 매력이 넘치는 여배우가 필수적이었다. 그 여인은 인연이 되는 모든 남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삼각관계, 사각관계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매우 극단적인 상황설정이다.
그러나 ‘하얀거탑’에는 미모를 무기로 세상 남자들을 휘어잡으려는 그런 여주인공은 없다. 외과과장 이주완(이정길 분)의 딸 이윤진 정도가 그나마 미혼의 젊고 매력적인 여성으로 나오지만 멜로적 기능은 미약하다. 젊은 배우 임성언이 김명민의 아내로 나오지만 교수 부인회에서 총무구실을 하느라 바쁘다.
‘하얀거탑’에는 연기가 어색한 배우도 없다. 이정길 김창완 변희봉 등 ‘하얀거탑’을 이끄는 세 중견배우들은 넘치는 긴장감으로 숨을 멎게 할 정도의 흡입력을 보여주고 있다. 김명민과 이선균 등 젊은 배우들도 연기를 한다는 생각을 잊어버릴 정도로 극에 빠져 들게 하고 있다.
어색한 연기로 분위기를 흐트러뜨리는 배우가 ‘하얀거탑’에는 없다. 중견 배우들로 주변이 아닌, 핵심 인물 구도를 짜고 연기력을 갖춘 젊은 배우들을 전방위로 내세워 탄탄한 구조를 쌓았다. 드라마를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긴장감은 이들 중견배우들의 노련한 연기에서 절로 우러나온다.
‘볼만한 드라마가 없다’고 불평하던 시청자들에게 ‘하얀거탑’은 신선한 충격이다. 기존의 드라마 공식을 모조리 깬, 정치드라마보다 더 정치적인 의학드라마를 눈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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