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뉴욕, 김형태 특파원] 달력이 바뀐지도 9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감감 무소식이다. 한때 '코리안특급'이란 수식어를 달고 살았던 박찬호(34)가 새 구단을 정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5년 6500만 달러 계약이 만료된 박찬호는 새로운 계약을 노리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조짐 마저 보이지 않는다. '서부지구 3개 구단과 협상 중'이라고 밝힌 본인 말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박찬호와 비슷한 시련을 겪고 있는 선수가 있어 눈길이 쏠린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월드시리즈 우승의 주역인 제프 위버(31)로 그 역시 이번 겨울 새 구단을 구하지 못했다. 한때 뉴욕 메츠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오마 미나야 단장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빅리그 8년 통산 86승 101패 방어율 4.58을 기록한 위버는 지난해 LA 다저스를 떠나 같은 LA 카운티의 에인절스에 입단했다. 1년 832만 5000 달러로 괜찮은 조건이었다. 그러나 에인절스에서 등판한 16경기서 고작 3승10패 방어율 6.29에 그친 뒤 방출돼 세인트루이스로 이적했다. 카디널스에서도 5승4패 5.18로 기대에 못미치는 활약을 펼쳤지만 플레이오프 5경기서 3승2패 2.43을 기록하며 '화려한 백조'로 거듭났다.
시즌이 끝나고 다시 한 번 FA 자격을 취득한 위버는 올 겨울 '이상 현상'에 힘입어 또 한 번 대박을 노리고 있지만 아직 희소식은 접하지 못하고 있다. 위버의 인기가 예상과 달리 저하된 것은 리스크 부담이 크다는 각 구단의 몸조심 때문. 포스트시즌서 잘 던졌음에도 불구하고 정규시즌서 부진한 까닭에 어떤 모습이 진짜인지 확신이 서지 않기 않는다는 것이다. 위버가 3∼4년에 달하는 장기계약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쉽게 새 구단을 찾는 데 장애물로 작용한다.
박찬호의 경우 오프시즌 초반 FA 몸값 폭등 현상에 힘입어 또 한 번 거액을 움켜쥘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지만 요즘 분위기는 다르다. 그가 원했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구단들은 선발진을 속속 확정했고 동부 또는 중부 일부 구단이 새로운 후보로 떠오르는 실정이다.
위버의 경우 메츠로부터 퇴짜를 맞은 가장 큰 이유가 '뉴욕에서 실패한 선수'라는 딱지였다. 지난 2002년 시즌 중반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서 양키스로 이적한 뒤 기대에 한참 못미치는 투구로 일관한 그는 팬들의 성난 야유를 받고 쫓겨난 까닭에 뉴욕에선 기피 대상으로 꼽힌다.
박찬호는 거액 계약이 '실패'로 판명난 데다 재기의 길목에서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주저앉은 게 가장 큰 난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를 포함해 최근 2년간 비교적 잘 던졌지만 '확신'을 주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제 1월초에 불과한 데다 스프링캠프 개막까지 한참 남은 점, 통상적으로 박찬호 및 위버와 같은 B급 FA의 경우 1월 말까지 기다려봐야 한다는 점에서 비관론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 메이저리그 소식에 밝은 는 위버에 대해 "에인절스 타이거스 양키스 등 그가 거쳐간 구단에 재합류할 가능성은 없지만 3년 정도 계약은 얻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찬호 역시 대박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졌지만 베테랑 선발요원을 필요로 하는 구단은 꽤 있다는 점에서 좀 더 기다려봐야 할 듯 싶다. 박찬호는 여전히 "선발로테이션 후미에서 제 몫을 해줄 수 있는 투수"라는 게 메이저리그 주위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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