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후 8개 구단 중 지금까지 가장 외국인 선수 '농사'를 잘지은 팀은 현대 유니콘스로 꼽힌다. 현대는 창단 후 처음 정상에 오른 1998년의 쿨바를 비롯 이후 퀸란 브룸바 등이 우승에 기여했다. 또 지난 2년 간 챔프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맹활약한 서튼, 캘러웨이 등도 성공한 용병으로 평가받았다.
현대만의 용병 선발 원칙과 관리로 거둔 성과다. 물론 ‘용병 성공은 도박’이라는 말처럼 운도 많이 작용했다.
현대가 투타에 걸쳐 용병 성공을 거두고 있다면 삼성과 KIA는 투수에 관해서는 일가견을 보이고 있다. 특히 근년 들어 우수한 용병 투수들을 꾸준히 공급하고 있는 팀이 KIA와 삼성이어서 눈길을 끈다.
삼성은 하리칼라-브라운 등을 성공작으로 만든 것이 눈에 띄고 KIA는 키퍼-리오스-그레이싱어 등 돋보이는 용병 투수들을 배출했다. 하리칼라는 삼성에서 LG 유니폼으로 갈아입었고 리오스는 두산, 그레이싱어는 일본으로 진출했다.
두 팀이 투수 용병을 잘 뽑는 것은 타 팀보다 앞선 투자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아예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용병 전담 스카우트를 파견하고 있고 KIA는 1년 2~3번씩 스카우트팀을 미국 등으로 장기 출장을 보내 선수를 파악하고 있다.
다른 팀들이 1년에 대개 시즌 중반에 미국 마이너리그 팀을 순례하는 출장을 가거나 국내에서 선수 성적 등의 자료만을 보고 외국인 선수를 뽑는 것과는 비교가 되는 투자다.
KIA와 삼성은 특히 미국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들이 한데 모여 훈련을 하는 2월 말부터 3월 중순까지 스프링 트레이닝 기간에 선수 관찰을 위해 출장을 간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뛸 만한 선수는 대개 스플릿계약(메이저리그 진출 때와 마이너리그 잔류 때 연봉이 다른 계약)을 맺은 뒤 메이저리그 진출을 목표로 시범경기에 나서게 돼 이 시기에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팀 스카우트들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집중적으로 후보 선수들을 살펴보고 자료로 보관해놓고 있다. 그리고 국내에 충원할 경우가 생기면 스프링캠프 때 자료를 참고하게 되는 것이다.
양팀 스카우트 관계자들은 “타자들은 기복이 있어 스프링캠프 때와 시즌 때 성적이 크게 다를 수도 있지만 투수는 큰 차이가 없어 가장 생생한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스프링캠프 참관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부분 타팀들이 삼성이나 KIA에서 뛰다가 나온 용병 투수들에 관심을 갖고 영입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 KIA와 삼성이 ‘용병투수 농사’를 잘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올해도 새로 보강한 윌슨(삼성)과 에터톤(KIA)이 성공작이 될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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