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아나운서가 요즘 논란거리다.미스 코리아 출신 김주희 SBS 아나운서가 지난 7일 오후 '일요일이 좋다- 뉴엑스맨'에 출연, 폼나게 춤을 춘 게 발단이다.
'아나운서가 품위없이 오락프로서 춤이나 추나'라는 비난이 일자 SBS 아나운서실도 즉각 반박에 나섰다. '아나운서는 오락프로서 춤도 못추나'라는 항변이다. 이날 방송에는 김주희 외에도 이혜승 박찬민 등 동료 아나운서들이 함께 출연해 저마다 한껏 끼를 발산했다. 재기를 갖춘 미모의 아나운서들이 연예인 뺨치는 인기와 관심을 얻는 게 최근 추세다. 시청자들로서는 모처럼 식상한 고정 게스트들을 잠시 떠나 볼거리를 찾은 셈이다. 그런데 왜 춤추는 아나운서가 논란이 됐을까.
아나운서가 연예인?
방송가의 MC 기근 현상으로 아나운서들이 대거 쇼프로에 출연하면서 그 역할 중심이 옮겨지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예전 아나운서들은 뉴스 전달이 1차 임무였다. MBC의 변웅전 아나는 1970년대 '유쾌한 청백전' 등 쇼프로 MC로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경거망동하지않고 점잔을 떨었다. 특유의 '허 허' 웃음으로 뉴스 진행하 듯 쇼프로를 이끌었다. 뉴스 진행자가 주 역할이고 MC는 보조 임무인 상황에서의 당연한 몸 가짐이었던 셈이다.
2000년대 들어서는 쇼프로를 전담하다시피 하는 아나운서들이 부쩍 늘었다. 특히 여자의 경우 이같은 현상이 심하다. 미모 등을 우선해 뽑은 톱스타 여자 아나운서들을 다방면으로 활용하자는 신경쓰는 방송국 정책이 이끌어낸 결과다. 이래서는 '시청률 전쟁의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데 쇼프로에 나가 인기 관리를 한다고 왜 비난하냐'고 아나운서들이 항변할 근거가 충분하다. 기자 출신 남자 앵커와 구색 맞춰 아나운서 출신 여자 앵커를 두는 프라임타임 뉴스의 구태의연한 관습은 또 그대로다. 이래 저래 여자 아나운서들은 갈수록 인기로 먹고사는 연예인과 다를바 없어지고 있다.
여자 아나운서는 방송사의 '꽃'?
여기에 김주희 아나운서의 춤추는 유독 더 문제가 된 것은 미스코리아 진 출신이라는 경력 때문이다. 고시만큼 어렵다는 지상파 방송 아나운서 선발에서 미스코리아 타이틀이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라는 여론이 있었다. 지난해 7월 현직 아나운서가 미스유니버스대회에 출전, 비키니 차림을 선보이면서 또 한차례 선정성 시비가 일기도 했다.
문제는 논란의 대상이 된 김주희 아나운서가 아니고 그 역할 정체성을 흐트러뜨린 방송국 자체에 있다. 쇼프로 MC가 주 임무인 아나운서라면 쇼프로에서 섹시 댄스를 선보인들 나쁘다고 비난할 게 없다. '아나운서로서의 품위'를 요구하는 시청자 지적은 대개 '뉴스진행자로서의 자질'을 강조하는 까닭이다.
뉴스 프로는 사실 보도를 생명으로 한다. 따라서 이를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앵커와 아나운서는 그 얼굴과 말씨 하나 하나에서 자연스럽게 신뢰감을 안겨준다. 자신도 모르는 새 사회 정의 구현에 큰 몫을 하는 공인으로 커 나가는 것이다. 앵커 출신 국회의원이 많고 이들에 대한 대중적 지지도가 높은 게 그래서다. 당연히 이에 따른 도덕적 책무와 모범적인 사생활이 필요하다. 춤추는 아나운서가 논란의 대상이 된 원인이 바로 이 점에 있다.
김주희는 쇼프로 전문이 아니다
김주희는 쇼프로 전문 아나운서가 아니다. 2005년 미스코리아 서울 진 출신으로 같은 해 SBS 아나운서 공채에 합격했고 ‘햇병아리’ 수식어가 어울릴 지난 해 3월 중순 ‘생방송 모닝와이드 1, 2부’(월~금, 오전 6:00~7:30) 진행을 맡았다. 당시 그는 “입사 한지 6개월이 채 안 되는, 수습도 마치지 못한 초년생에게 이런 큰 기회를 줘서 감사한다. 미스 코리아라는 경력이 누가 되지 않도록 속이 꽉 찬 아나운서가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이후 SBS와 김주희 아나운서의 행보는 오락가락하는 느낌이다. 뉴스 진행자로 나갈 지 연예인이 되야할 지를 헷갈려 하고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와 네티즌에게 불신을 사고있다. 앵커와 뉴스 진행자 출신의 아나운서들이 보험 등 광고에 자주 출연하는 사실조차 꺼림칙하게 보는 이들이 많다. 진실 말하기를 담보로 하는 그들 직업의 특성상 '제가 해보니 정말 좋다'고 상업 광고에서 떠들 때 소비자들이 오도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춤추는 아나운서' 지적은 방송국과 아나운서들이 '왜 우리만 갖고 그러냐'고 볼멘 소리를 낼 사안이 아닌 게 분명하다.
mcgwire@osen.co.kr
김주희 아나운서 홈페이지 인용 및 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