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홍-이호준, “전지훈련 가게 해주세요”
OSEN 기자
발행 2007.01.10 08: 44

“몸이 안돼 있는 선수는 전지훈련에 데려가지 않겠다”.
SK 선수단에 새해 벽두부터 비상이 걸렸다. ‘무서운 호랑이 선생님’에서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변신하고 있는 김성근(65) 신임 감독이지만 이따금씩 드러내는 예전의 날카로움에 정신이 번쩍 들고 있는 것이다.
모든 훈련 스케줄 관리를 이만수 수석코치에게 맡기고 있는 김성근 감독은 오는 14일 일본 시코쿠의 고지로 떠나는 전지훈련에 간판타자들도 빠질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김 감독은 “훈련할 자세와 몸 상태가 안돼 있는 선수는 데려가지 않겠다. 국내에 남아 2군 선수들과 훈련해야 한다”면서 몇몇의 이름을 거론했다.
김 감독은 먼저 외야수 박재홍(34)에게 경고장을 날렸다. 김 감독은 “재홍이가 지난 시즌 종료 후 아시안게임 출전, 집 이사 등으로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재홍이는 외야 수비의 기본이 제대로 안돼 있다. 수비훈련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우리는 일본서 곧바로 연습게임에 돌입한다”면서 “지금 상태로는 재홍이의 전지훈련 참가를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음은 최근 군에서 의가사제대를 하고 팀에 합류한 홈런타자 이호준(31)이었다. 김 감독은 이호준에 대해서는 “무릎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한다. 그럼 훈련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며 역시 전훈 제외를 검토했다.
이에 당사자들은 깜짝 놀라며 “훈련을 소화해낼 수 있습니다”며 김 감독에게 전훈 참가를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
김 감독은 13일까지 둘의 상태를 지켜보고 최종 결론을 내겠다는 방침이라며 작년 12월 일본 마무리 훈련 때의 일화를 소개했다. 마무리 훈련 도중에 군에서 제대한 좌완 투수 김영수가 합류했는데 도착해서 훈련에 임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귀가 조치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김영수는 도착해서 피곤한 탓인지 야간훈련을 거른 데 이어 다음날 저녁 훈련에도 참여하지 않자 김 감독은 곧바로 매니저를 불러 ‘내일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끊어서 김영수에게 주라’고 지시했다. 이에 놀란 김영수는 김 감독을 찾아가 “정말 야구하고 싶습니다. 열심히 훈련하겠습니다”며 1시간 동안 무릎꿇고 싹싹 빈 끝에 남아서 훈련을 받았다고 김 감독은 웃으며 소개했다.
14일 전훈 출발 명단에서 과연 박재홍과 이호준의 이름이 들어가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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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에 앉아 있는 박재홍-이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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