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현(28, 레딩)이 34일 만에 풀타임 출장했다.
설기현은 10일(한국시간) 새벽 번리와의 FA컵 64강전 홈경기에 출전해 팀의 3-2 승리를 도왔다. 비록 공격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설기현의 이번 풀타임 출전은 의미가 있다. 바로 최근 몇 시즌동안 보여주었던 '시즌 중반 이후 부진'이라는 전철을 밟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설기현은 지난 2000년 4월 벨기에의 로열 앤트워프에 입단해 유럽 생활 7년이 다 됐다. 2001년 벨기에 최고 명문인 안더레흐트로 이적한 설기현은 첫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전반기 멋진 활약을 펼치며 스타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설기현은 후반기에 상대 수비수들의 집중 견제와 부상 악몽까지 겹치며 힘든 시즌을 보였다.
2002-2003 시즌도 설기현은 비슷한 모습이었다. 설기현은 2002년 월드컵 당시 좋은 활약을 보였고 그 상승세를 이어받아 소속팀에서 주전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다시 설기현은 벤치 신세를 면치 못했다. 이번에는 괘씸죄에 걸렸기 때문. 당시 설기현의 활약을 지켜본 잉글랜드 클럽들이 영입 제의를 했고 안더레흐트는 설기현을 보내지 않기 위해 출전 기회를 많이 주지 않았다. 결국 설기현의 잉글랜드행은 무산되었고 컨디션을 회복하는 데도 시간이 상당히 걸렸다.
2003-2004 시즌에는 부상 악몽에 시달리며 아쉬운 시기를 보냈다. 2004년 8월 울버햄튼으로 이적해 잉글랜드 무대에 연착륙한 그는 2005-2006 시즌 주전 경쟁에서 밀리고 시즌 중반 피부병으로 많이 출전하지 못했다.
이렇듯 설기현은 매 시즌 중반 이후 컨디션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 레딩에서도 그 전철을 밟지 않을까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특히 레딩의 선수층이 두텁지 못해 피로 누적에 의한 부상이 두려운 상태였다. 여기에 최근 설기현이 발톱이 빠지는 부상을 당하며 벤치로 밀려나 우려가 현실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날 풀타임 출전으로 이같은 걱정이 기우에 지나지 않았으며 장기 슬럼프에 대한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설기현은 최근 잉글랜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기에 이르기까지 어려운 길을 걸어왔다. 그런만큼 앞으로도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고 말했다. 그말대로 몇 년 동안 지속된 중반 이후 부진도 설기현의 멈추지 않는 노력 앞에서는 더 이상 큰 장애물이 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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