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과이어 선례', 본즈에 미칠 영향은?
OSEN 기자
발행 2007.01.11 07: 12

[OSEN=뉴욕, 김형태 특파원] 미국 현지 시간으로 10일 각종 매체는 하루종일 시끌벅적했다. 홈런왕 마크 맥과이어가 명예의 전당 선출 투표에서 탈락한 점을 대서특필하면서 '영웅의 몰락'을 비중있게 다뤘다.
유력지 는 맥과이어 탈락에 관한 분석 기사를 1면에 게재한 반면 칼 립켄 주니어와 토니 그윈의 헌액 소식은 상대적으로 작게 취급했다. 헌액의 꿈을 이룬 선수보다 탈락한 인물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맥과이어가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바다. 헌액 투표권을 가진 대다수 기자는 이전부터 맥과이어에게 표를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혀왔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23.5%라는 낮은 득표율이다. 전체 후보자 중 9위에 불과한 수치로 헌액 기준선인 75%에 한참 못미친다. 차기 년도 심사 대상자격 마지노선(5%)을 약간 상회한 것은 맥과이어의 헌액 가능성이 앞으로도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투표권을 가진 기자 상당수가 그를 '부적격자'로 이미 취급한 까닭에 내년 투표에서는 더 낮은 득표율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명예의 전당 심사 대상자에게는 15년간 기회가 주어지지만 그가 이 기간을 다 채울 지 여부도 의심스럽다.
맥과이어는 한 번도 스테로이드 복용을 시인한 적이 없지만 사실상 복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해 초 미 하원 청문회 당시 "스테로이드를 복용했느냐는 질문에 명확한 대답을 하지 않은 게 결정타였다. 맥과이어에 대한 미 언론의 분위기는 이 때를 기점으로 급격히 악화됐다.
뉴욕타임스의 잭 커리 기자는 맥과이어의 탈락을 '스테로이드 시대에 대한 언론의 심판'으로 규정했다. '약물 사용으로 부풀려진 기록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속뜻이 있다고 그는 풀이했다.
맥과이어가 탈락하면서 시선은 자연스럽게 또 다른 홈런왕에게 쏠린다. 맥과이어가 지난 1998년 세운 단일 시즌 최다홈런(70개)을 2001년 3개 경신한 데다 행크 애런의 통산 홈런 기록(755개)에 21개차로 접근한 배리 본즈는 벌써부터 뜨거운 감자다.
맥과이어의 사례에 비춰보면 본즈 역시 '부적격자'에 해당한다. 더구나 맥과이어와 달리 그는 미 연방검찰로부터 수사의 표적이 되고 있다. 그가 스테로이드를 복용했다는 사실은 이제 믿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스테로이드를 본격적으로 복용했다고 의심되는 2000년 이전부터 본즈는 현역 최고 선수였기 때문이다. 1990년(타율 3할1리 33홈런 114타점 52도루) 1992년 (3할1푼1리 34홈런 103타점 39도루) 1993년(3할3푼6리 46홈런 123타점 29도루) 이미 3차례 MVP를 수상한 호타준족의 표상이었다. 매년 3할 타율과 30홈런 100타점 30도루와 OPS 1.000 기록이 가능할 만큼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휘저었다.
비록 2000년대 들어 그가 세운 업적 전체가 '인위적인 기록'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약물의 도움이 아니었더라도 그가 헌액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은 웬만한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러나 사법당국의 수사 결과 스테로이드 복용과 함께 연방대배심 위증이라는 확실한 결론이 나타난다면 그의 헌액 가능성은 어두워질 수도 있다. 맥과어어를 탈락시키면서 정정당당한 스포츠맨십이 새롭게 부각됐기 때문이다.
사실 명예의 전당 헌액 심사 때 가장 중요하게 취급되는 것은 기록이다.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남긴 업적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기록은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이번 심사 결과 맥과이어에게는 기록 외에 운동선수로서 순수성과 자세 등이 요구됐다. 그는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간주됐고 본즈 역시 이 점에서는 할 말이 없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미국의 영웅'으로 추앙받던 맥과이어는 요즘 남부 캘리포니아의 저택에서 두문불출하면서 외부인과 접촉을 피하고 있다. 본즈는 주위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경기에 나서 어느덧 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록 경신을 눈앞에 뒀다. 그가 올 시즌 애런을 넘어선다 하더라도 기록의 가치는 이미 곤두받질친 상태다. 하지만 과거 업적만 놓고 볼 때 본즈에게 '약물로 만들어진 선수'라고 딱지를 붙이기도 어렵다.
야구계 일각에선 '2차대전 이후 배출된 가장 뛰어난 야구선수'로 주저없이 본즈를 꼽는다. '신이 내린 재능'을 자랑했던 그가 맥과이어의 전철을 밟을지, 아니면 일반의 예상을 깨고 당당히 '공인된 전설'의 반열에 오를지는 미지수이지만 이번 투표 결과 나타난 '맥과이어의 선례'는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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