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우 총재가 야구 발전에 이바지하려면
OSEN 기자
발행 2007.01.11 10: 15

"뭐야, 새로운 게 하나도 없잖아?".
지난 10일 열린 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의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뒷자리에 있던 어떤 기자로부터 이런 소리가 들렸다. 실제 돔구장 건설, 지방구장 개선, 현대 연고지 문제, 유소년 야구 활성화 방안, 해외파의 한국 복귀 규정 개선 등 굵직한 현안이 다뤄졌지만 '선명한' 답변은 거의 없었다.
그나마 "현대 연고지 문제를 매듭 짓고 올 시즌을 맞겠다. 1월 중으로 확정지어 기자회견을 열 생각"이라는 발언이 눈에 띄었다. '기사거리'가 없었던 것은 맞았지만 그렇다고 '신 총재가 원칙론, 낙관론만 펴고 있다'고 단정짓기도 일러 보인다.
KBO 총재라는 지위는 야구계 쟁점에 대해 무엇이든 결정할 수 있어 보이지만 아무 것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자리일 수 있다. 그나마 신 총재가 '세게' 나왔던 현대 연고지 문제만 해도 이는 도시연고제, 나아가 신인 드래프트와 직결되는 첨예한 사안이다. KBO 이사회를 구성하는 8개 구단 사장들이 '절대로 우리 구단 손해될 일은 안한다(혹은 남의 구단 좋은 일 시켜줄 수 없다)'는 '현실주의적 사고관'을 바닥에 깔고 있는 한 합의가 쉽지 않다. 해외파 복귀 규정 변경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돔구장과 지방구장 문제도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의지에 크게 좌우되는 사안이다. 실제 신 총재는 "1년 내내 서울시장, 부산시장, 광주시장, 성남시장 등을 만났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난마처럼 얽힌 이 형국은 오히려 취임 순간부터 비판에 직면해왔던 신 총재에게 '역전의 기회'일 수 있다. 원로 정치인 출신 신 총재의 최대 무기는 전문성이 아니라 조정력(구단에 대해)과 정치력(지방단체에 대해)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신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 모두 발언에서 지난 1년의 업적을 말했는데 결정적인 것을 (의도적인 듯하지만) 하나 빼놓았다. 바로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4강 진출에 따른 병역 미필자의 군 복무 면제 혜택이다(국민 전체의 차원에서 보면 업적이 아닐 수 있지만 야구계 시각에서는 큰 수혜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한 베테랑 야구기자는 "실세 정치인 신 총재가 아닌, 다른 사람이 총재였다면 그렇게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었겠느냐"고 평한 적이 있다.
신 총재는 최근 발행된 모 시사월간지에 게재된 인터뷰서(인터뷰 성격 자체가 그래서였겠지만) 노무현 대통령 이해 발언으로 일관했고 야구 얘기는 한마디도 없었다. 신 총재가 노 대통령과의 친밀함을 야구 발전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면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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