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잡는 청학동' 보도에 시청자 '깜짝'
OSEN 기자
발행 2007.01.12 07: 11

'청학동이 도대체 뭐하는 곳이죠?' MBC의 소비자 정보프로인 '불만제로'가 11일 '제로맨이 간다' 코너를 통해 청학동 예절학교와 서당들의 폐해를 지적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리산 기슭의 청학동 인근에는 최근 서당과 예절학교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중이다. 긴 방학동안 자녀들에게 전통문화와 예절을 가르치려는 부모들이 부쩍 늘면서 기숙학교 형태로 운영되는 서당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MBC의 '제로맨이 간다' 취재팀이 찾은 청학동 서당촌은 아이들을 이용한 돈벌이에 급급할 뿐, 부실한 숙식과 조악한 교육 내용으로 가득차 있어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가장 먼저 지적된 내용은 아이들 식사다. 일주일에 20만원 이상으로 비교적 비싼 비용을 받고 있음에도 청학동 사설 교육시설들이 아이들에게 내놓은 3끼는 지난해 문제가 된 결식 아동 급식과 비슷할 정도로 열악했다.
취재팀이 담은 영상에는 콩나무 두 세 가닥이 겨우 보이는 국과 단무지 두쪽, 김치 몇조각 등으로 이뤄진 부실한 식판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나마 밥 량도 성장기 아이들에게 턱없이 부족했고 들쭉날쭉한 배식으로 균형있는 식사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같은 부실 식사는 몇 개 학교에서 동시에 발견됐다. 취재진이 한 관계자에게 빈약한 식단 문제를 지적하자 처음에는 '우리가 제공하는 것과 다르다'고 잡아떼기까지 했다. 증거 자료를 제시한 다음에는 '옛날에는 초근목피로 연명을 하면서도 훌륭한 사람이 많이 나왔다'며 '나도 어려서 배를 곯아본 경험이 있다. 이 정도면 훌륭한 식사'라는 식의 설명을 늘어놨다.
좁은 시설에 많은 학생들을 한꺼번에 수용하면서 100여명이 한꺼번에 듣는 한자 수업을 실시하는 등 제대로 된 교육이 어려운 점도 문제였다. 여기에 취재팀이 밝힌 바에 따르면 교육 자격이 없는 아르바이트 생을 대거 채용해 아이들을 인솔하는 편법도 목격됐다. 숙소도 여기 저기 곰팡이가 쓸고 거미줄까지 늘어진 방에서 나이 구분 없이 수십명 씩의 아이들이 자고 있었다.
방송이 나간 뒤 각 포탈과 방송국 홈페이지에는 일부 청학동 예절학교들의 파행 운영을 비난하는 네티즌과 시청자들의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한 네티즌은 '뭔 청학동이 이래요? 전 청학동이 글 가르쳐 주고 애들 심성곱게 바꿔주고 보듬어주고 아껴줘서 바른 사람 만드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mcgwire@osen.co.kr
MBC '불만제로' TV 화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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