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K리그에 해줄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핌 베어벡 감독이 휴가를 끝내고 12일 인천 국제 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밝힌 말이다. 휴가 기간동안 협회와 긴밀한 연락을 취한 베어벡 감독은 귀국하자마자 K리그 구단들과의 차출 갈등에 대해 한숨을 쉬며 아쉬워하는 모습이었다.
베어벡 감독은 "아직까지 차출 문제가 마무리 되지 않았다는 것이 의아하다" 며 "K리그의 사정상 팀 당 2명까지만 차출했다. 내가 K리그에 해줄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고 말하며 포기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
베어벡 감독이 이런 모습을 보인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 대해 분통을 터뜨려봤자 남는 것이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 특히 대표 차출 문제와 관련해서는 베어벡 감독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한 나라의 대표팀 감독을 한숨짓게 하는 것은 바로 애매모호한 대표팀 차출 규정 때문이다.
지난 2005년 12월 협회와 K리그 연맹이 만나 합의 하에 개정한 대표팀 소집 규정을 살펴보면 '친선 국제 경기 및 대회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FIFA 규정(48시간)에 따른다. 단 해외 원정 시에는 4일 전 소집을 원칙으로 하고 기타 사안은 프로연맹과 합의하기로 한다' 라는 규정이 있다. 이를 두고 양 측의 해석이 다른 것이다.
지난 8일 이영무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이 규정을 들어 "친선대회에 대한 규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며 "규정에 있기는 한데 친선 경기이다 보니까 구단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각 구단 측은 이 조항에 있는 대표팀이 A대표팀을 말하는 것인지 올림픽 대표팀을 말하는 것이지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판단한다. 구단 측은 "규정에도 없는 대회에 선수들을 내보낼 수 없다" 고 반박하고 있다.
이렇듯 용어에 대한 기본적인 정리마저 제대로 되지 않은 차출 규정을 두고 양 측이 첨예한 갈등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같은 상황을 잘 아는 베어벡 감독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은 "있는 상태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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