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의 '전성시대', 과연 바람직한가?
OSEN 기자
발행 2007.01.12 16: 38

가히 감독의 '전성시대'다.
김재박 감독이 현대에서 LG로 옮기면서 3년 총액 15억 5000만 원의 역대 최고 몸값을 받았다. 한화는 김인식 감독과 재계약하며 3년 총액 14억원을 보장했다. 김성근 감독을 컴백시키기 위해 SK는 2년 총액 8억 원을 들였다. 김시진 현대 신임 감독도 3년 총액 8억 원 대우다. 이에 질세라(?) 삼성은 우승 후 선동렬 삼성 감독에게 기존 계약사항을 갈아 엎고 '웃돈'을 얹어줬다는 보도도 있었다.
전지 훈련, 훈련 방법, 야구 스타일 그리고 용병 수입에까지 일본식이 거의 주류 시스템으로 도입되는 한국의 현 풍토에서 이제 '감독 극진대우'까지도 닮아가는 모양새다. 일본 매스컴에서 나가시마 요미우리, 호시노 한신, 왕정치 재팬 하는 식으로 이제 '선동렬 삼성' '김성근 SK' '김재박 LG'처럼 감독 이름이 팀 이름에 앞서 나와도 어색하지 않다.
이들 감독들은 대부분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 구단은 커리어 갖춘 감독 모시기에 혈안이다.
그 이유로는 첫째 한국사회 전반에 만연된 '카리스마 메시아론'을 꼽아야 할 듯하다. 한마디로 '명장 밑에 약졸 없다'는 신념이다. 한국적 풍토에서는 '왜 보스턴이 테리 프랑코나 체제 하에서 2004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할 수 있었는지'는 먼 나라 얘기다.
둘째로는 한국 야구판에서 사실상 감독이 구단 사장 다음으로 중요한 직책이어서다. 소프트뱅크의 왕정치 감독은 아예 드러내놓고 감독-단장을 겸임하지만 한국도 비슷하다. 선수 트레이드와 용병 영입, 주전 라인업 구성과 배치 등의 실질적 결정권자는 감독이다. 프런트의 단장은 연봉 협상 같은 (선수와 언론으로부터) '욕먹는 일'을 도맡는다.
구조가 이러다보니 언론의 관심도 권력이 집중된 감독에게 쏠리는 게 당연하다. 감독 역량과 승운에 따라 팀 성적의 명운이 걸린 것은 물론, 감독 성향에 따라 프로야구팀 존재의 이유라 할 홍보 영역까지도 좌우된다. 결국 프런트가 '감독=초인론'을 신봉할수록 감독 몸값은 필연적으로 치솟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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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합동 기자 간담회를 갖는 8개 구단 감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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