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은 없다. 오로지 자신과의 싸움이다.
대망의 2007년 일본 프로야구에서 나란히 뛰게 되는 이승엽(31.요미우리 자이언츠)과 이병규(33.주니치 드래건스)가 무풍지대에 놓여있다. 2월부터 각각 미야자키와 오키나와 차탄에서 시작되는 팀 스프링캠프에서 치열한 자리 다툼을 벌이지 않는다. 보다 안정적인 위치에서 자신의 기량 연마에만 신경쓰면 된다.
이승엽은 이미 지난해 요미우리 최고타자의 반열에 오르면서 아무도 그의 자리를 넘보지 못한다. 4년 재계약과 동시에 연간 연봉만 7억 5000만 엔에 이르는 초특급 선수가 됐다. 요미우리는 지난 오프시즌 때 이승엽을 제외하고도 외국인 타자 2명을 추가 영입했다. 그러나 이승엽의 자리가 흔들린다는 소리는 절대 나오지 않는다.
주니치에 입단해 일본 첫 시즌을 맞는 이병규는 더 없이 좋은 환경에서 첫 발을 내딛는다. 이병규의 포지션은 중견수 또는 좌익수, 타순은 6번으로 내정됐다. 일본 선수 가운데 경쟁자는 이노우에 가즈키(36). 그러나 노쇠화 기미를 보여 이병규의 주전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더욱이 주니치는 이병규의 잠재적 경쟁자인 외야수 외국인 타자의 추가 영입을 하지 않았다. 오치아이 감독이 이병규를 확실한 간판타자로 키울 작정인 듯하다.
역대 일본에 진출했던 한국선수들은 항상 잠재적인 경쟁자들인 외국인 선수들의 추가 입단에 위치가 흔들리곤 했다. 이종범(주니치) 구대성(오릭스) 정민태 조성민 정민철(이상 요미우리)은 모두 힘겨운 경쟁을 벌였다. 이승엽도 지바 롯데 시절 프랑코, 아그바야니 등 2명의 외국인 선수에 한때 밀렸고 지난해는 미야자키 캠프 초반 조 딜런과 자리 경쟁을 벌인 바 있다.
물론 이승엽과 이병규의 처지는 사뭇 다르다. 일본 진출 4년째를 맞는 이승엽은 명실공히 팀의 간판타자로 대접받고 있는 만큼 완전 무풍지대에 놓여있다. 다만 이제 첫 발을 내딛는 이병규의 경우 부진하면 상황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대체요원은 항상 준비돼 있다.
그럼에도 이병규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특별히 힘들거나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풀타임 주전이 확실해 보인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다면 장미빛 미래가 보장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점에서 이번 스프링캠프의 화두는 자신과의 경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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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이병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