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판에서 점점 잊혀져가던 쌍방울 레이더스가 다시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1999년 모기업의 자금난으로 문을 닫고 SK 와이번스에 선수단을 넘긴 쌍방울 레이더스 사태가 또다시 생겨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야구계에 퍼지고 있다.
2000년 서울 연고권을 확보했으나 역시 모그룹의 사세 약화로 수원에 머물며 곤욕을 겪고 있는 현대 유니콘스가 자금난으로 쌍방울의 전철을 밟을지도 모르게 됐기 때문이다. 현대 유니콘스에 지원금을 대주던 현대자동차 그룹이 원화 강세, 노조 파업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야구단 지원금이 끊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야구단 운영비의 절반 가량을 지원하던 현대자동차가 지원을 끊으면 현대 유니콘스는 당장 자금난에 봉착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야구단은 연고지 문제는 둘째 치고 당장 구단 운영 경비부터 걱정해야 하는 절박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현대 야구단이 자금난을 겪게 되면 가장 먼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기금을 융자해주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쌍방울 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KBO가 기금을 융자해 구단 운영에 한숨을 돌리게 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8개 구단 운영 체제가 무너지면 야구판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도 있어 여타 7개 구단과 KBO가 기금을 풀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당시 KBO는 기금 융자와 함께 SK 그룹과 협상, 쌍방울을 인수하도록 작업을 했고 성공을 거두며 SK 와이번스를 탄생시켰다. 당시 SK는 억지춘향 격으로 야구계에 발을 들인다며 도시연고제의 물꼬를 트고 ‘인천 문학구장 사용권, 2년간 신인 우선 지명권’ 등 혜택을 누렸다.
이전까지 야구단은 광역연고제로 운영됐으나 지방 구단들이 반발해 쌍방울 사태를 계기로 KBO 이사회에서 서울 구단들을 압박, ‘서울 연고권을 현대에게도 양도하고 SK가 인천에 연고지를 정한다’는 도시연고제를 채택한 것이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구계에서는 이번 현대 자금 위기설이 또 한 번 반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모 구단의 한 고위 관계자는 “현대가 많이 울어야 한다. 연고권 문제라도 해결되면 수입 증대를 기할 수 있으므로 타 구단에 ‘이대로 그냥 놔둘 것이냐’며 강하게 항변을 해야 한다”면서 “또 지방 구단들이 이번에도 협조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문제가 풀릴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SK 탄생 때도 SK가 강하게 많은 요구를 해 관철시킨 것은 물론 지방 구단들이 ‘서울 구단이 운좋게 넓은 시장 연고권을 차지했을 뿐 야구계를 위해서 한 일이 뭐냐’며 압박해 도시연고제를 관철시킨 일을 상기해야 한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따라서 현대의 이번 위기설도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주장이었다. 현대는 진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이참에 ‘완전한 도시연고제’를 채택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해야 타 구단들의 동참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대에 문제가 발생하면 야구판 전체가 타격을 받을 수도 있기에 현대에게는 현재의 위기설이 기회로 반전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신상우 KBO 총재가 올 시즌 개막 전까지 현대 연고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SK는 '연고권을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선언하며 맞서고 있다.
이해 관계자들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현대 연고지 문제가 '현대 자금 위기설'과 함께 어떻게 결말이 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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