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시노-선동렬 '사제대결', 어디가 유리한가?
OSEN 기자
발행 2007.01.14 17: 54

'1999년 4월 28일 한신전. 당시 신인이었던 후쿠도메가 두 번째 타석 홈런, 세 번째 타석 3루타, 네 번째 타석 2루타를 쳤다. 그리고 8회에 후쿠도메는 한 번 더 타석에 들어설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수비 강화 차원에서 단타 1개면 사이클링 히트인 후쿠도메를 빼고 구지를 유격수 포지션에 교체 투입했다'.
호시노 감독이 주니치 사령탑 시절 펴낸 자서전을 통해 기술한 일화다. 호시노는 이를 일컬어 '호시노식 벤치워크'라 칭했다. 이 책에서 호시노는 '마음에 드는 투수코치를 못 찾을 바에는 차라리 내가 겸임하는 게 낫다'고도 했다.
청출어람인가. 2006년 한국시리즈에서 선동렬 삼성 감독은 최종 6차전에서 4번타자 심정수를 아예 스타팅라인업에 기용하지도 않았다. 앞서서도 심정수와 양준혁은 경기 후반에 접어들면 대수비나 대주자 요원으로 교체됐다. 수비 중시, 불펜 운용 전술은 물론 심지어는 '언론을 빌어 직설적으로 선수를 꾸짖지만 실질적으로는 챙겨주는' 용인술에서도 선 감독은 스승 호시노를 닮았다.
이런 호시노가 오는 11월 대만에서 열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일본 대표팀 감독에 선임됐다. 그러자 한국에서는 '일본야구, 특히 호시노 감독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선 감독을 내세우자는 의견이 대세를 이뤄가고 있다. 그러나 말을 그대로 뒤집어보면 '호시노 역시 한국의 그 어떤 감독보다 선동렬을 잘 알고' 있지 않을까.
선 감독이 승승장구해 온 야구 스타일을 바꿀 리도 만무하니 오는 5월 결정될 대표팀 감독에 선임되면 '유사 스타일'의 맞대결이 불가피하다. 더군다나 나가시마(아테네 올림픽 예선)-왕정치(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 이어 일본판 드림팀 3기 감독직에 오르는 호시노는 일본 프로야구 스타들은 물론 메이저리그 해외파까지 최대한 끌어모아 '비(非)요미우리 출신도 해낼 수 있다'는 근성을 보이려 들 것이다.
이런 마당에 그저 '호시노를 가장 잘 아니까 선동렬을 감독시키자'는 '대안부재론'은 낙관론으로 비쳐질 소지가 다분하다. 취임 이래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룬 명감독의 커리어에 손상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감독직에 선 감독이 되든 누가 되든) 감독이 원하는 선수를 뽑아주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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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WBC 아시아 1라운드가 열린 도쿄돔서 만난 선동렬-호시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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