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참에 야구판을 키우자. 현대 유니콘스가 창단 11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국내 굴지의 종합금융기업을 표방하는 농협 프로야구단이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농협의 등장은 단순한 야구단 인수가 아니다. 이참에 야구판을 옭아매고 있는 모든 것을 흔들어 21세기형 프로야구를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된다. 판이 커야 모두가 살아 남는다. 농협의 현대 인수로 든든한 자금줄을 가진 구단이 탄생했다. 이는 곧 프로야구단의 근간이 굵어지는 의미다. 그러나 현재 야구판을 옭아매고 있는 문제는 수두룩하다. 유소년 야구의 실종, 연고지 문제, 드래프트제도, 9~10구단 창단, 돔구장 건설, 지방구장 현대화 등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농협의 등장으로 일단 연고지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현대는 자금이 없어 서울 연고권을 갖고도 수원에 눌러 앉았다. 농협은 자금이 충분히 있는 만큼 서울로 입성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당장 농협이 서울로 간다면 54억 원을 두산과 LG에 지급하면 된다. 거꾸로 SK에 54억 원을 돌려주고 수원에 눌러 앉을 수도 있다. 만일 농협이 서울 입성, 아니면 수원 또는 다른 도시를 요구한다면 드래프트 제도의 손질이 필요하다. 이는 곧 도시연고제와 맞물려 있다. 현재 프로야구는 허울뿐인 도시연고제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사실상 광역연고제를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KBO와 일부 구단들이 전면 드래프트를 주장을 해왔다. 그러나 각 구단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있어 해결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참에 농협야구단의 출범으로 드래프트의 개혁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완전 자유경쟁체제로 바뀌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만일 연고지 문제와 드래프트 제도가 정비되면 제9, 제10 구단을 잉태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현재 야구단을 출범시킬 수 있는 신흥 도시는 얼마든지 있다. 성남 울산 부천 등은 충분한 경제력과 관중 동원력을 갖추고 있다. 신흥도시에 새로운 구단이 창단되면 양대리그제로 전환되고 프로야구판은 핵분열을 할 수 있게 된다. 또 하나 놓칠 수 없는 대목은 지방구장의 현대화이다. 돔구장이 절실하지만 아직도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면 낙후된 지방구장의 현대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된다. 만일 지자체가 구장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과감하게 만들 수 있는 도시로 옮기는 방법도 필요하다. 미국과 일본은 구장을 지어주고 야구단을 유치하는 경우가 흔하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