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 이적설,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
OSEN 기자
발행 2007.01.15 09: 47

축구 팬들 사이에는 선수 이적과 관련 중요한 명제가 하나 있다. 바로 '선수가 해당 팀 유니폼을 입고 감독과 함께 악수하면서 사진을 찍어야 이적했다는 것을 믿을 수 있다' 는 것. 이는 선수 이적과 관련해 많은 루머와 언론 플레이가 횡행하는 축구 시장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최근 이동국(28, 포항 스틸러스)의 이적 관련 소식에도 이와 같은 보수적인 잣대를 대야 할 것 같다. 한국 최고의 스트라이커인 이동국은 소속 팀의 양해 아래 동계훈련 대신 유럽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 결과 최근 이동국은 잉글랜드의 미들스브러에서 입단 테스트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동국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는 매니지먼트 회사의 관계자가 국내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는 "사우스게이트 미들스브러 감독이 이동국의 기량에 대해 만족했으며 마무리 협상이 잘 진행될 경우 이르면 오는 19일쯤 이적 발표를 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밝히기까지 했다. 이쯤 되면 이동국이 한국인으로는 4번째 프리미어리거가 될 가능성은 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갑자기 떠오르는 한 사건이 있다. 바로 8년 전인 99년 2월 있었던 최용수(현 FC 서울 코치)의 웨스트햄 이적 파문이었다.
당시 아시아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각광받던 최용수는 김도근과 함께 웨스트햄에서 입단테스트를 받았다. 입단 테스트 후 당시 소속팀이었던 안양 LG는 이적료 500만 달러에 연봉 70만 달러라는 구체적인 액수까지 언급하며 이적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나 웨스트햄 측은 이 사실을 부인했다. 당시 웨스트햄의 감독이었던 해리 레드냅 감독은 인터뷰에서 "한국 선수가 입단 테스트에서는 좋은 기량을 보였지만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면서 영입을 거절했다.
결국 이적에 관여했던 에이전트가 웨스트햄의 작은 관심을 '침소봉대' 한 것으로 판명났고 최용수와 한국 축구 팬들의 가슴에는 큰 상처가 남았다.
물론 현재 이동국의 상황이 이와 같다는 것은 아니다. 당시와는 다르게 현재 국내에는 유럽 축구 이적 시장에 밝은 전문가들이 많이 있다. 또한 박지성 이영표 설기현 등의 활약으로 한국 축구의 위상도 많이 커져 당시와 같은 일을 되풀이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이동국의 이적을 바라보면서 찜찜한 부분이 없지 않다.
우선 이동국의 이적과 관련한 모든 사항이 이동국 측 매니지먼트사에서만 나온다는 것이다. 클럽과 관련해 작은 소식들을 전하는 미들스브러 홈페이지는 물론 팬포럼에서조차 이동국에 관한 얘기를 찾을 수가 없다. 몇몇 해외 언론들이 이동국의 입단 테스트 기사를 보도한 것은 모두 거꾸로 한국의 기사를 인용한 것들이다.
잉글랜드를 비롯해 많은 유럽 클럽에는 아프리카 등지에서 많은 선수들이 입단 테스트를 받기 위해 찾아온다. 그들 중 어린 유망주들은 실제 계약까지 가는 경우가 꽤 있지만 즉시 전력으로 쓸 만한 선수들이 입단테스트에서 계약까지 연결되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는 않다.
따라서 이르면 19일쯤 계약이 성사될 만한 선수의 이적에 대해 단 하나의 현지발 기사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이 계약 자체가 상당히 비밀스럽거나 미들스브러 측에서 이동국 영입에 큰 의욕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니면 잉글랜드 내에서 상당히 인기가 좋은 미들스브러에 대해 현지 기자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팬들은 이동국의 미들스브러행이 결정돼 잉글랜드 무대에서 멋진 모습을 보이길 기대한다. 하지만 이동국이 미들스브러의 유니폼을 입고 사우스게이트 감독과 악수를 나누는 모습을 봐야만 축하의 박수를 보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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