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구단 집단 차출 거부, '예견됐던 일'
OSEN 기자
발행 2007.01.15 18: 36

K리그 14개 구단이 올림픽 대표팀 차출에 집단으로 거부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일어났다. 놀라운 일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기도 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5일 오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5층 대회의실에서 제1차 이사회를 열고 카타르 8개국 대회에 참가하기 위한 올림픽 대표 차출을 전면 거부하기로 결의했다.
그동안 몇몇 구단들이 친선대회에 출전하는 각급 대표팀 소집에 불응한 사례는 몇 차례 있었지만 K리그 전 구단이 집단으로 행동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날 이사회에 참석한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가 "이번에만 차출해준다면 다음에는 원칙을 지키겠다"며 협조를 요청했으나 이사회에 참석한 14개 구단 단장들은 "그동안 대한축구협회에서 원칙을 지키겠다는 얘기를 수도 없이 해왔지만 결국 또 이런 일이 일어났다"며 "지금부터 거부하지 않는다면 다음에도 또 그런 일이 생길 수 밖에 없다"며 거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결국 이사회가 차출을 전면 거부한 이유는 대한축구협회 측에서 각급 대표팀 소집과 관련해 "이번만 봐주면 다음엔 지키겠다"는 약속이 '공언(空言)'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대부분 축구 전문가들은 K리그의 집단 차출 거부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게다가 핌 베어벡 감독은 "카타르에 놀러가는 것이 아니라 올림픽 대표팀의 조직력을 맞춰 올림픽 예선을 대비하기 위함"이라며 이번 차출에 대한 협조를 원하면서도 "차출 문제는 협회와 연맹 사이 합의로 이뤄져야 할 일"이라고 말하는 등 다소 수수방관한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2006 독일 월드컵까지 책임졌던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지난해 겨울 중동 및 홍콩 칼스버그컵에 LA까지 이어지는 장기 전지훈련에 협조를 구하기 위해 직접 감독들과 만나 허심탄회한 얘기를 한 것과는 차이가 있는 대목이다.
이사회는 이날 "16일 오전 11시에 열리는 대의원총회에서 다시 안건이 거론될 수 있다"며 약간의 협상 여지를 남겨뒀지만 이미 이사회가 열리기 전 프로 구단장들의 점심 회동에서 대표팀 차출과 관련해 거부하기로 사전 합의했던 터라 입장이 쉽게 바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극적인 타결이 없는 한 베어벡 감독은 대학선수들을 이끌고 카타르 대회에 참가하거나 아예 이번 대회 출전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어려운 지경에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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