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개그맨들, 정통 코미디를 꿈꾼다
OSEN 기자
발행 2007.01.16 08: 13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인기개그맨들이 입버릇처럼 내뱉는 말이 있다. 바로 “정통코미디를 하고 싶다”는 것.
얼마 전 개그맨 유재석이 PD연합회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정통코미디로 돌아가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화제가 된 바 있다. 회당 1천만 원에 가까운 출연료로 매주 4천만 원, 연 20억 원에 달하는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더욱 이목을 집중시켰다.
유재석 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 재혼을 한 개그맨 김미화도 종종 언론을 통해 정통 코미디에 대한 갈증을 털어놓기도 했다. 개그맨 전유성 등과 함께 손을 잡고 국내 최초 스탠딩 개그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를 탄생시킨 주역이기도 한 그녀이지만 본인이 직접 무대에서 연기를 하며 웃길 때 느낄 수 있는 희열과는 비교할 수 없었던 것.
지난해 갑작스럽게 사망한 故 김형곤 역시 생전에 끊임없이 스탠딩 코미디쇼를 펼치며 정통 코미디 부활에 앞장서왔다.
이처럼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인기 개그맨들이 정통 코미디로의 귀환을 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현재 방송 3사에서 선보이고 있는 코미디 프로그램이 10,20대 위주의 입맛을 반영한 톡톡 튀는 스타일의 개그라는 점이다. 개그맨들은 데뷔한지 몇 년 안 된 신인들이 대부분이며 코너 역시 시청자들의 반응에 따라 빠른 속도로 물갈이가 이뤄지고 있다. 쉽게 다가오는 만큼 잊혀지는 속도도 빠르며 이 때문에 혹자는 현재 방송되고 있는 코미디가 정통 코미디가 아니라고 부정하는 이들도 있다.
과거에는 시의 적절한 풍자 코미디가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현재는 젊은이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만한 독특한 발상의 코미디가 인기를 얻다보니 30대 이상 개그맨들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질 수밖에. 현재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있는 개그맨들 중 최고참은 박준형과 정종철 정도이다.
이처럼 부와 명예를 거머쥐고 있는 30대 이상의 인기 개그맨들이 궁극적으로 정통 코미디로의 귀환을 외치는 현상에 대해 정덕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는 “당연한 결과이다. 개그맨이 개그맨으로서 살고 싶은 것이나 가수가 가수로서 살고 싶은 것이나 연기자가 연기자로 살고 싶은 것이나 다 마찬가지다. 단지 돈의 문제가 아니고 자신의 정체성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오히려 많이 벌면 벌수록 더욱 그 갈증은 심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웃기고 싶어 하는 개그맨들, 하지만 마땅히 설 곳이 없는 무대. 각종 오락프로그램의 MC로 거침없는 ‘말발’을 자랑하는 인기 개그맨들이 정통 코미디로 복귀해 또 다른 웃음을 선사한다면 시청자들에게 그 보다 반가운 일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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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코미디를 하고 싶다고 밝힌 유재석(왼)과 김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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