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치 드래건스 유니폼을 입게 되는 이병규(32)의 스프링캠프가 의외로 만만치 않을 듯하다.
무엇보다 살인적인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오치아이 히로미쓰 감독은 '6일 훈련 1일 휴식'의 캠프 일정으로 유명하다. 선수들의 치열한 경쟁을 유도하고 훈련량을 절대적으로 늘리기 위한 조치다.
그는 지난 2004년 주니치 부임 첫 해 용병 보강을 거부하고 토종 선수들을 키워 센트럴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스프링캠프부터 엄청난 훈련량을 통해 모리노 이바타 등 토종 선수들을 확실한 주전급으로 키울 수 있었다.
그런데 말이 6일 훈련 1일 휴식이지 쉬지 못하고 6일 내내 훈련을 거듭 한다면 질리는 일정이다. 몸도 마음도 모두 지친다. 휴일에는 아무 것도 안하고 잠만 자고 싶어진다. 특히 이병규처럼 첫 입단 선수들에게는 자칫 페이스 오버로 부상 가능성도 있다.
한국 야구단은 대체로 3일 또는 4일 훈련 후 하루 휴식을 갖는다. 객지에서 휴식을 줄이고 훈련을 늘려봤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이병규도 LG 시절 10년 동안 이런 스프링캠프 일정에 익숙해져 있다. 특히 이병규와 같은 간판급 선수들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까지 장기간 동안 스스로 페이스를 조절할 수 있도록 배려를 받는다.
그러나 주니치는 다르다. 캠프 초반부터 강훈이 기다리고 있다. 이미 선수들이 자율훈련을 통해 몸 상태를완벽하게 만들어왔다는 전제 아래 모든 훈련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물론 매일 수 백 개의 프리배팅과 수비연습을 해야 되고 첫째주 5일이나 6일째부터 투수들이 던지는 볼을 때리기 시작한다. 두 번째 주부터는 시뮬레이션 배팅에 돌입한다.
그리고 3주째부터 주니치의 차탄 캠프 인근에 진을 치고 있는 한국의 LG 삼성 SK와 연습경기를 갖는다. 지난해까지는 LG 유니폼을 입은 이병규였지만 주니치 유니폼을 입은 이병규가 친정팀 투수들을 비롯해 한국 투수들과 대결하는 장면이 연출된다.
한국 팀들과의 연습경기를 마치면 마지막 4번째주부터는 시범경기를 벌여야 된다. 이때부터 이병규는 본격적인 검증을 받는다. 시범경기에서 뚜렷한 인상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 이병규에게는 주전 경쟁이 필요없지만 시범경기에서 부진이 계속된다면 붙박이 주전을 받기는 어렵다.
아무래도 이병규에게 스프링캠프는 스트레스의 연속이 될 전망이다. 새로운 유니폼, 카리스마를 갖춘 감독, 아직 인사도 나누지 못한 동료, 생소한 언어 등 적응해야 될 것이 수두룩하다. 여기에 살인적인 캠프 일정까지 도사리고 있다.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는 이병규의 강인한 승부욕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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