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로스앤젤레스, 김형태 특파원] 배리 본즈의 스테로이드 복용 파문으로 잘 알려진 발코 사건 담당 검사가 '외압'으로 사임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모은다.
ESPN은 18일(한국시간) 미 검찰의 북부 캘리포니아지역 책임자인 케빈 라이언이 전격적으로 사임했다고 보도했다.
본즈를 비롯한 유명 운동선수들이 발코 연구소에서 제공한 금지약물을 복용한 사건을 파헤쳐 주목을 받은 라이언은 메이저리그 입장에선 '눈엣 가시' 같은 존재. 집요하게 수사를 펼친 결과 발코의 설립자인 빅터 콘티, 본즈의 개인 트레이너인 그렉 앤더슨을 비롯한 여러 관계자들을 잡아들였다.
최근 암페타민 양성 반응을 나타낸 사실이 알려진 본즈는 기소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처럼 커다란 성과를 올린 담당 검사가 뚜렷한 이유 없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연방검찰 대변인 루크 매콜레이에 따르면 라이언의 사임은 워싱턴과 상호 합의하에 나온 것. 그는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지만 부시 정부의 압력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게 아니냐는 추측 마저 제기되는 실정이다.
메이저리그는 현 부시 정부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해왔다. 조지 스타인브레너(뉴욕 양키스) 톰 힉스(텍사스) 등 구단주 대부분이 골수 공화당 지지자인데다 버드 실릭 커미셔너 역시 부시와 가깝다. 전통을 강조하는 미 야구계는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고 적지 않은 공화당 관계자들도 메이저리그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왔다.
지난 2003년에는 케빈 코스트너와 수잰 서랜든, 팀 로빈슨이 출연해 화제를 모은 영화 '19번째 사나이(Bull Durham)'의 개봉 15주년 기념식이 명예의 전당이 위치한 쿠퍼스타운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서랜든 로빈슨 부부는 초청대상에서 제외됐는데 대표적인 '반 부시파'로 할리우드 리버럴의 거두로 꼽히는 이들이 무슨 말을 할지를 명예의 전당측이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명예의 전당 회장은 공화당 출신 정치인 데일 페트로스키가 맡고 있었는데 그는 마침 발발한 이라크 전쟁에 대한 미 국내 여론을 정부에 우호적인 분위기로 몰고 가기 위해 독단적으로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라이언 검사의 갑작스런 사임도 한때 텍사스 레인저스 구단주를 역임하는 등 메이저리그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부시가 궁지에 몰린 야구계를 돕기 위해 밀어붙인 결과가 아니냐는 얘기가 그래서 떠돌고 있다.
하지만 부시가 위기의 메이저리그를 구하기 위해 직접 손을 썼다기 보다는 최근 대대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검찰 인사 개편 작업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의회권력을 민주당에 빼앗긴 그로선 검찰 인사를 통해 권력의 한 축을 유지하려한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민주당의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 다이앤 파인스타인은 "지금 부시 정부는 전국적으로 검사들을 쫓아내는 대신 공화당과 가까운 정체불명의 인사들을 대대적으로 임명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담당 검사가 바뀐다고 해서 사건 자체가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야구계와 본즈의 숨통을 옥죄었던 라이언이 사임함에 따라 메이저리그는 한결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workhorse@osen.co.kr